[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들이 환자 안전과 책임 소재를 이유로 우려해온 진료지원간호사(PA간호사) 제도에 대해 업무를 직접 수행할 간호사들이 가입한 노동조합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위험·침습적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맡기면서도 의사의 책임과 감독체계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기존 간호사를 진료지원업무에 재배치해 현장의 인력난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의사 집단진료 거부라는 비상 상황에서 간호사가 한시적으로 수행했던 업무를 일상화했다”며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진료지원업무 수행 규칙과 행위 목록 고시를 전면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0일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과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를 공포했다. 규칙과 고시는 공포 한 달 뒤인 8월 11일부터 시행된다.
진료지원업무는 환자 상태 평가 지원, 기록·처방 지원, 시술·처치 지원, 수술 지원 등 4개 영역 43개 행위로 구분된다. 중심정맥관 조영제 투여와 제거, 동맥혈 천자, 말초동맥관 삽입, 피부 봉합, 피하조직 절개·배농 등이 포함됐다. 관련 교육을 이수한 전문간호사는 골수천자와 복수천자, 기관절개관 교체 등도 수행할 수 있다.
“고위험 행위 유지하면서 의사 책임 문구는 삭제”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현장의 반대에도 고위험 업무를 대부분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중심정맥관 조영제 투여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골수천자 등 위험한 행위가 진료지원업무에 포함됐다”며 “위험한 업무를 간호사에게 넘기면서 업무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법예고안에는 간호사가 수행한 기록·처방 지원 업무를 의사가 확인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최종 규칙에서는 의사의 책임을 명시한 문구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최종 고시에도 간호사가 작성한 기록과 처방 초안에 대한 의사의 확인·서명 절차는 남아 있다. 하지만 노조는 단순한 확인·서명과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직접 설명해야 하는 의료행위의 범위가 입법예고안보다 축소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종 규칙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과 수혈, 전신마취 및 이에 준하는 의료행위에 한해 의사가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환자에게 침습을 가하는 과정 전반에 대해 의사가 직접 설명하도록 했던 내용이 축소됐다”며 “안전장치는 삭제되고 책임은 흐려진 채 위험한 업무만 간호사에게 전가됐다”고 밝혔다.
“PA 늘리면 병동 간호사 줄어…정원 확대 없는 제도화”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진료지원간호사를 확대하면 기존 병동의 인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공공병원이 총정원제에 묶여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채 기존 간호사를 진료지원전담간호사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병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사가 빠져나가 병동의 노동강도와 환자 안전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병원 내 진료지원업무 운영위원회 구성에 노동조합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간호사와 병원 노동자가 업무 배치와 인력 운영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의료계 역시 수행 가능한 행위 목록만 정해서는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행위별 위험도와 의사의 감독 범위,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법의 취지를 실현하려면 진료지원업무 확대보다 인력 배치 기준과 간호사 보호조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실질적인 인력 충원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는 간호사로 의사 부족 문제를 메우려는 편의적인 정책을 중단하고 규칙과 고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