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고가의 항암신약에 대한 허가초과(오프라벨)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 재정 관리와 안전성 측면에서 개별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을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열홍 교수(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는 17일 한국약제학회 2020 제제기술워크숍에서 '한국에서의 약제의 허가초과 사용 제도 및 근거 활용'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허가초과(오프라벨)의약품은 환자별 질병의 특성, 임상시험의 한계 등으로 의료현장의 임상적 경험과 논문 등을 근거로 의약품 허가(신고)사항 범위를 초과해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이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평가하며, 항암요법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는다. 요양기관 다학제적위원회 협의 이후 심평원에 사용 승인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허가초가 항암요법 심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요법 69건은 인정됐고, 38건은 불인정됐다. 기인정 요법은 1760건이다. 2018년에는 74건 인정, 51건 불인정, 1631건 기인정요법 등이었다. 이는 2017년 인정 55건, 불인정 37건, 기인정요법 575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항암제 처방의 30%가 허가초과로 이뤄졌고 최근 절반이 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허가초과 사용 중 단 27%만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 중이다.
이는 미국의 컴펜디아(Compendia) 모델적용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해당 모델을 처음 적용할 당시에는 가용 약물도 적었고 약가도 저렴했으나 현재 상황이 바뀌었고, 권고 내용의 차이가 점차 심화되는 한편 결정 과정에 대한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 한 병원의 퇴원기록 459건을 무작위로 선택한 결과, 93.10%에서 허가초과 사용이 이뤄졌고 전체 치료약제 처방 중 절반가량이 허가초과였다.
김 교수는 "무분별한 허가초과 처방이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부담 등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과 윤리성, 치료의 통일성, 임상적 유용성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약제의 허가초과 처방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즉 개별 진료 의사가 아닌 전문가 집단에 의한 종합적,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라고 제안했다.
또한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선 근거 창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유효성·안전성·비용대비효과성·윤리성 등을 평가하는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처방권과 함께 체계적 평가와 후속조치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험 급여를 위한 독립적이면서, 전문가 중심의 '상설 리뷰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근거창출과 평가를 통한 허가 및 급여 확대도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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