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무시한 의료이용 행태 질책…"국민에게 지역의료를 이용하고, 경증질환은 동네의원 가라고 할 수 있나?"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6일 오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의료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피습당해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다시 회자되며 전 대통령 영부인이 중증질환이 아님에도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17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주 우울증 증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를 찾아 외래 진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악화돼 16일 오후 입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김 여사의 서울아산병원 입원 사유인 '우울증'이 상급종합병원 입원 사유가 될 정도로 '중증'이냐는 문제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단국의대)은 SNS를 통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1의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김건희 여사의 질환에 이용될 시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우울증이 극심하다는 이유로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면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은 모두 마비되고 살릴 수 있는 많은 환자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홍식 전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SNS를 통해 "복지부는 2008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진료를 억제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에서도 자주 보고됐다"며 "우울증은 중증질환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중증종합병원에 입원한 것은 전임 대통령 가족으로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들의 행위는 선민의식에서 기인한다. 전현직 대통령은 공인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라며 "우울증 치료를 외래나 폐쇄병동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고 깊은 상처도 아닌데 헬기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간다고 우기는 것을 보면 의료에 있어서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자질이 얼마나 한심한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국민들에게는 지역의료를 이용하고 경질환은 동네의원 가라고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경우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 과정에서 부정 청탁과 특혜라는 논란에 휩싸였으나, 병원 의료진 3명만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징계 절차를 밟았다.
이처럼 의료계는 정치권이 서울, 상급종합병원 쏠림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고위급 지도자들이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채 의료를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치인, 고위급 공무원의 이같은 행태가 지속되는 한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결코 개선할 수 없다"며 "반복되는 잘못된 시그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