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4년 '최초' 타이틀을 가진 의약품이 다수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된 가운데, 2025년에도 이러한 혁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최근 출시됐거나 올해 출시 예정인 의약품 중 단백질 분해 표적 키메라(PROTAC) 단백질 분해제, 아밀린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첫 고정 용량 복합제, 이중 가닥 RNA분자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항트롬빈 저하 치료제 등 11개 제품이 향후 5년 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연례보고서 '블록버스터 신약(Drugs to Watch)'을 13일 발간하고 11개 의약품이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 매출을 달성하거나, 전 세계적으로 환자 치료 결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보, 주1회 기저 인슐린과 차세대 GLP-1 비만·당뇨약 2개 목록에 올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지속형 기저 인슐린 유사체 아위클리(AWIQLI)와 새로운 GLP-1 계열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카그리세마(CagriSema) 2개 제품을 목록에 올렸다. 두 제품의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은 130억 달러에 달한다.
아위클리는 최초의 주 1회 피하 주사형 인슐린으로 매일 투여하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해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부담을 경감시킨다. 제1형 환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간접적으로 치료 순응도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호주, 캐나다, 유럽 연합, 중국, 일본에서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올해 허가를 받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은 47억 달러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주 1회 인슐린 에프시토라 알파(efsitora alfa)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릴리는 지난해 긍정적인 3상 데이터를 발표했으며, FDA 승인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이 없다.
카그리세마는 현재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로 판매 중인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티드와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티드를 결합한 약물이다. GLP-1은 췌장 베타 세포의 식후 인슐린 분비 촉진, 식욕 억제를 위한 위 배출 지연을 아밀린은 장내 포도당 흡수 지연, 식후 간 포도당 방출 억제를 기전으로 한다.
보고서는 "기존 세마글루티드와 릴리의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보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 효능이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특히 비만과 제2형 당뇨병에 대한 효능이 입증된 세마글루티드 기반 치료제의 혜택을 누리며 차세대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비만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2026년, 유럽에서는 2027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G7 시장에서 비만 치료 관련 매출은 47억 달러, 제2형 당뇨병 치료 관련 매출은 3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 월1회 아토피피부염 생물학적 제제 엡글리스, 60억달러 매출 전망
릴리의 엡글리스(Ebglyss)는 사노피의 듀피젠트(Dupixent), 레오파마(Leo Pharma)의 아트랄자(Adtralza)에 이어 세 번째로 출시된 IL-13 표적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다. 2020년 더미라(Dermira)를 11억 달러에 인수하며 추가한 파이프라인인데,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은 60억 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현재 아토피 피부염 생물학적 제제 시장은 듀피젠트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엡글리스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추가로 도입되면, 치료 패러다임이 생물학적 제제 중심으로 바뀌고 전체 생물학적 제제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중 IL-13을 표적하는 치료제가 매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엑셀리시스(Exelixis)의 잔잘린티닙(Zanzalintinib)은 VEGF 수용체, MET, TAM 키나아제(TYRO3, AXL, MER) 등 종양 혈관 신생과 전이, 면역 억제에 관여하는 수용체 티로신 키나아제의 활성을 억제하는 3세대 경구용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다.
현재 비투명세포형 신세포암(nccRCC), 대장암(CRC),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SCCHN)에 대해 면역 관문 항체와 병용하는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신세포암에 대해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은 26억 달러다.
보고서는 잔잘린티닙은 반감기가 하루 정도로 짧아 1일 1회 투약할 수 있고 내약성이 우수하다는 점, 유망한 항암 활성으로 미뤄봤을 때 단독 요법과 병용 요법으로 각종 고형암에서 동급 최고의 VEGF 수용체 TKI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암젠 소세포폐암, 소비 통풍 치료제 등 치료옵션 제한 시장서 선전 기대
암젠(Amgen)의 임델트라(Imdelltra)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을 대상으로 개발된 첫 면역치료제다. T세포의 CD3와 암세포의 DLL3에 결합하는 독특한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이전 치료를 받은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은 21억 달러다.
경쟁 약물로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DLL3/CD3 이중특이항체 BI-764532와 DLL3/CD3/CD137 삼중특이항체인 MSD의 MK-6070, 로슈(Roche)의 RG6524가 개발 중이다.
소비(Sobi)는 2023년 11월 카르테시안 테라퓨틱스(Cartesian Therapeutics)에 인수된 셀렉트라 바이오사이언스(Selecta Biosciences)로부터 통풍 치료제 SEL-212를 1억 달러에 도입했다. 중국 외 시장에서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 G7 예상 매출은 17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통풍 치료제는 암젠의 크리스텍사(Krystexxa)가 유일하고, 유럽과 일본에서는 크리스텍사가 승인 받지 않은 상황이다. SEL-212는 크리텍스사에 비해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유사하면서 투약 빈도가 월 1회로 낮고 면역 조절제와 병용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외에도 ▲BMS의 코벤피(Cobenfy, 2030년 G7 시장 예상 매출액 16억 달러) ▲모더나(Moderna)의 mRESVIA(14억 달러) ▲아비나스(Arvinas)와 화이자(Pfizer)의 벱데제스트란트(Vepdegestrant, 12억 달러)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와 사노피(Sanofi)의 피투시란(Fitusiran, 10억 달러) ▲GSK의 GSK-3536819(9억 달러)가 블록버스터 예상 목록에 올랐다.
클래리베이트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부문 헨리 레비(Henry Levy) 사장은 "혁신이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2024년에는 희귀 질환과 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승인을 받으며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특히 방사성 의약품의 도입은 암 관리의 정밀도를 높이는 '진단과 치료의 통합' 방식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명과학 업계는 이제 강도 높은 연구 개발, 제도 정비,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면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환자 우선주의를 유지한다면, 당면한 복잡한 의료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환자들에게 다양한 첨단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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