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여성의 건강과 의료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정안을 철회하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철회하라. 진정 한국의 보건의료와 여성의 건강을 위한다면 ‘낙태죄’ 폐지에 함께 나서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한국의 보건의료와 여성 건강을 위한 낙태죄 폐지가 필요하다”고 23일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형법을 위반한 낙태시 자격정지 처분 1개월에 처한다는 규칙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복지부는 8월 17일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효하면서 "의료인이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 수술 전면 거부하겠다”며 강경한 대응을 선언했다.
인의협은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경구용 임신중절약) 도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었다. 2017년 2월에 제출된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했다”고 했다.
인의협에 따르면, 앞서 2016년 9월 22일 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복지부는 재검토하겠다며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규칙 개정안 논의를 슬그머니 미뤘다.
인의협은 "복지부는 이 시국에 예고도 없이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헌법소원으로 존립의 기로에 서있는 형법 270조 1항을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인의협은 “복지부는 지금까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인의협은 “올해 5월 24일 ‘낙태죄’ 위헌청구 공개변론을 앞두고 각계 시민사회를 비롯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관련 행정부처로서 ‘낙태죄’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라며 “그러나 복지부는 사실상 인공임신중절을 관할하는 주무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의견서 제출 요구에 ‘의견 없음’이라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급기야 이번 행정처분규칙 개정안 발표는 실질적으로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복지부의 입장이 얼마나 퇴행적인지를 확인시켰다”고 했다.
인의협은 “복지부의 책무는 인공임신중절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보건정책으로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의협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5600만 건의 인공임신중절이 일어나며 이 중 2500만 건이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안전하지 못하게 시행된다. 이로 인해 매년 700만명이 인공임신중절 관련 합병증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며 해마다 4만7000명이 사망한다. 또한 “의학적이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만 가능하다면 전체 모성 사망의 13%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국이 어떠한 법적 상황이건 간에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서비스는 모든 여성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법과 정책은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인공임신중절은 그 기한이 지연될수록 모체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으며, 시의적절하게 안전한 방법으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여성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자세를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