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12 06:40최종 업데이트 21.04.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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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 보고·고지 의무 의료법 시행규칙은 위헌" 헌법소원 청구서 어떤 내용이 담겼나

대개협 김동석 회장 등 15인 1월 제출, 치협도 준비... ①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②법률유보 원칙 위반 ③과잉금지 원칙 위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와 고지 의무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 시행규칙 조항은 모법의 위임 없이 제정된 것으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며, 법익의 균형을 상실해 의료기관 개설자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을 면할 수 없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등 15인은 지난 1월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을 상대로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협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 따르면 의료법 시행규칙은 ▲헌법 제15조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② 법 제45조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급여 대상을 제공하려는 경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
해야 한다. 다만,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의료법(시행 2021. 6. 30, 개정 2020. 12. 29.)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 ①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이하 이 조에서 “비급여진료비용등”이라 한다)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신설 2020. 12. 29.>

의료법 제92조(과태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정 2016. 12. 20., 2019. 8. 27., 2020. 12. 29.> 2. 제45조의2제1항을 위반하여 보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자

청구인들은 “비급여 보고와 설명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은 환자의 알 권리 및 진료 선택권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거나 이를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의료기관 개설자들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대상에 대한 직접 설명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돼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에 따라 환자의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 및 업무정지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라며 “이에 계속해서 불응하는 경우 가중된 행정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벌금의 형벌까지 부과받는다”라고 우려했다. 

청구인들은 “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은 그 자체로 청구인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이뤄진 비급여진료비용 공개 기준 개정에 따라 자료 제출을 받아 오는 8월 18일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한다고 9일 재차 밝혔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 의료이용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공개 대상은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 포함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됐고 공개항목은 현행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늘었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자료수집 일정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는 4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병원급 의료기관은 5월 17일부터 6월 7일까지다.  

①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비급여 설명 여부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야  

헌법 제15조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영업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의 자유를 뜻한다. 

청구인들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 특히 현행 의료법에 의할 때 청구인들이 의료기관 개설자로서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비급여 대상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할 것인지 여부는 직업 수행의 자유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개정 시행규칙 조항은 이와 같은 청구인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법률유보 원칙 위반: 의료법 모법상 비급여 가격 고지일 뿐, 설명해야 하는 위임 근거 없어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번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으로 삼고 있는 의료법 제45조 제1항은 ‘의료기관 개설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4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 또는 의료급여법 제7조제3항에 따라 의료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의 비용(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고지’의 방식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규정하도록 위임을 하고 있을 뿐, 보건복지부령으로 ‘설명’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비급여 진료비용의 ‘고지’ 외에 비급여 진료비용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 등으로 정할 수 있는 위임의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구인들은 “‘고지’와 ‘설명’은 명백히 다른 의미이며, ‘고지’에 ‘설명’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의료법 제45조 제1항의 문언의 해석 상 위 조항이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고지’에 관한 내용, 절차, 방식에 관한 것에 대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 외 비급여 진료비용과 관련된 ‘설명’ 등의 ‘고지’ 이외의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위임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개정 규칙 조항은 모법의 위임을 벗어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③과잉금지 원칙 위반: 비급여 포함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 의무 의료법상 이미 규정   

현행 의료 체계상 의사의 진료에 대한 보수인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상 요양급여와 비급여 진료비로 구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4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고지의 대상인 비급여 진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4항 및 의료급여법 제7조 제3항의 비급여 대상과 다르지 않다.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의사의 설명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의사는 의료행위 중 환자에게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의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의 성질에 따라 그 설명의 필요성 여부가 판단되는 것일 뿐, 요양급여의 대상인지 비급여 진료비용의 대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개정 시행규칙의 신설이나 시행여부와는 관계없이 비급여 진료비용의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환자에게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의 발생이 예측된다면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 등 의료법 상 설명의무의 법리에 의해 의사는 이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시행규칙 조항으로 인해 의료기관 개설자가 이와 같은 의료행위로 인한 기존의 설명의무와 달리 비급여 대상에 대해 추가적으로 직접 설명해야 하는 항목은 비급여 대상의 ‘가격’에 해당한다. 가격을 고지하는 외에 반드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직접 설명까지 해야만 환자의 알 권리 및 진료 선택권 제고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대상 중 상당 수의 항목이 의료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이상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관 종사자가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방법 등을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도 개정된 시행규칙 조항이 환자의 알 권리 및 진료 선택권 제고를 위한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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