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고용노동부의 엉터리 한방 응급처치 게재 논란
의료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분야다. 의료라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와 수요자인 환자간의 정보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그 사이에서 환자들에게 그릇된 의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환자들이 그런 잘못된 의료 지식을 가지고 오면 의사는 그들을 설득해야 하고, 환자들이 어설픈 처치를 해서 상황을 악화시켜 오면 의사는 그것을 수습해야 하는 일이 잦다. 의사의 진료가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사기꾼들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를 기억하는가. 한의사 한 명의 망상에 가까운 엉터리 주장으로 시작된 안아키는 그 세력을 키워 하나의 종교급으로 성장했다. '백신을 맞혀서는 안 된다', '화상에는 뜨거운 물로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다', '숯가루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등 얼핏 들어도 황당한 엉터리 처방이지만, 그들의 주장은 ‘한의사’라는 전문가 권위를 등에 업고 훨훨 널리 퍼져갔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진료 현장에서 안아키 부모를 마주하고 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은 의사들에게 흔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2일 자체 플랫폼인 ‘아빠넷’ 페이스북에 올린 ‘한방 응급처치 카드뉴스’가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열이 많이 날 때 손을 따준다’
‘해열제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전신을 닦아 준다’
완전히 엉터리 처치다. 함께 공개 검증을 해도 좋다.
전 세계 소아과 의사들이 경악할만한 글이고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생각하게 할만한 글이다.
사실 굳이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의학 지식이 없더라도, 이것들이 엉터리라는 건 과학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정부가 올렸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의 말은 권위가 있고 공신력을 갖는다. 아무리 엉터리 말이라도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가 안아키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엉터리 응급처치를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국민이 정작 치료시기를 놓쳐 애먼 피해를 입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보를 알리는데 왜 이렇게 무책임한가. 차라리 이것이 보건복지부가 아닌 고용노동부에 올라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되는 걸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를 아동학대 교사 행위로 해석하고 형사 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지키려 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누굴까. 정부일까, 의사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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