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을 진단하지 못한 동네의원에 대해 법원이 의료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환자의 증상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내과의원을 운영중인 A원장은 2008년 5월 13일 K씨를 진료했는데, 당시 목에 삼출물이 있고, 충혈, 열, 오한 증상을 보였다.
A원장은 급성편도염으로 진단하고 3일분의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항생제를 처방했다.
K씨는 15일 다시 내원해 머리가 너무 아프고, 계속 토한다는 증상을 호소했고, A원장은 소염진통제를 타이레놀이알서방정으로, 진해거담제를 누코미트캅셀, 레스피랜시럽으로 바꾸고, 항생제, 위장장애에 사용하는 돔페리돈정, 하이메틴정을 추가 처방했다.
K씨는 16일 또 다른 내과의원을 방문해 B원장에게 감기약을 복용했는데도 낫지 않고, 구토 및 구역이 있다고 호소했고, B원장은 심전도 검사후 소염제, 해열제, 항생제를 처방했다.
그러면서 소변검사를 하려고 했지만 K씨는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하지 못했다.
환자는 그 다음날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검사를 받은 결과 상세불명의 급성 신우염, 급성 A형 간염, 전격성 간염 진단을 받고,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C병원으로 전원했다.
C병원은 18일 환자의 좌측 간을 제거한 후 공여자의 좌측 간을 절제해 이식하는 간이식 수술을 했고, 수술후 상태가 호전돼 28일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6월 6일 복부 CT검사와 혈관조영술에서 왼쪽 상부 상복부 동맥의 활동성 출혈과 왼쪽 간동맥 폐쇄를 확인한 후 출혈을 막기 위해 색전술과 카테터를 이용해 간동맥을 개통했다.
하지만 환자는 일주일 후 패혈성 쇼크 및 그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A원장, B원장, C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A원장과 B원장은 환자의 증상 호소에 대해 사려 깊은 감별과 자세한 신체검진을 하지 않아 A형 간염을 조기 진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상급병원으로 전원 시키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은 "C병원 의료진이 간이식 수술을 하면서 간조직의 간문맥을 적절히 연결시키지 못해 혈류가 막혔거나 간동맥 협착을 초래했고, 췌장을 손상시켰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이 청구를 기각하자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역시 최근 항소심을 기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환자가 두 내과의원을 방문했을 때 나타난 증상을 A형 간염에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없고, 그러한 증세만으로 질병의 종류를 특정할 수 없다"며 "두 내과의원이 A형 간염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내과의원에서 처방한 약물이 간염을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약물에 의해 간기능이 악화되거나 전격성 간염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극히 드물고 대개 과용량이나 장기 투여할 때 나타나며, 두 내과에서 처방한 약물로는 그런 악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C병원에 대해서도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병원에서 수술한 직후 간효소 수치가 정상치에 가까워지는 등 상태가 호전됐고, 초음파 검사상 간문맥 혈류가 거꾸로 흐르는 게 관찰된 부위는 수술로 제거하고 남은 간 부분으로, 이런 현상은 수술 직후 손상돼 있던 간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간이식 수술의 문합이 술기적으로 실패하지 않더라도 이식된 간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혈관저항이 높아지면서 혈류가 느려지면 간동맥, 간문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며 "수술중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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