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17 06:59최종 업데이트 23.08.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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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알던 의료AI, 앞으로는 ‘제너럴리스트’ 된다

삼성융합의과학원 정규환 교수 “기존엔 특정 목적 한정 의료AI, 미래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이 큰 흐름”

삼성융합의과학원 정규환 교수. 사진='의료AI의 최전선을 가다' 웨비나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앞으로는 의료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이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의료AI 기업 뷰노 창업자이기도 한 정규환 교수(삼성융합의과학원)는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의료AI의 최전선을 가다’ 심포지엄에서 “기존의 AI는 정해진 일만 잘할 뿐 나머지 일은 전혀 못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AI 업계에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의 비약적 발전이 의료AI 분야의 변화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특정 목적으로 용도가 한정된 의료AI는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선 되레 부담이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비용을 들여 새로운 도구를 도입했지만 맡길 수 있는 업무는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이런 식이면 AI를 100개는 써야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AI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허가를 받아도 다른 목적을 가진 AI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또 다시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챗GPT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단일 AI 모델임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맡은 일만 처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온갖 업무를 다 할줄 아는 ‘똘똘한’ 직원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형식이 한정돼 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멀티 모달리티(Multi Modality) 기술의 발전도 의료AI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의사들의 의사결정은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 메디컬 AI 시대 올 것…인허가∙할루시네이션 등은 해결 필요
 
정 교수는 “지금은 제너럴리스트 메디컬 AI(Generalist Medical AI)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AI모델이 하나의 특수한 목적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가 원하는 일들의 어댑테이션하거나, 추가적인 미세 조정(파인 튜닝)을 통해서 보다 일을 더 집중해서 잘하는 방식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구글은 메드팜 M(Med-PaLm M)을 내놨다”며 “2D 데이터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병리, 피부, 영상 등 다양한 도메인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구축해 만들었더니 여러 분야에서 최신의 모델들을 갈아치웠다. 성능 평가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있었지만 단일 모델이 여러 모달리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교수는 기술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멀티 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의료AI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 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기 허가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인풋과 아웃풋이 거의 무한대인 LLM이나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게 쓰여질거냐 하는 질문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중”이라며 “LLM이나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허가를 받아야하는지, 마지막에 최종 서비스만 허가를 받으면 되는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진단에 있어 유전체 데이터나, 여러 치료 결과 등의 임상 데이터가 포함돼야 하는데 그런 데이터는 여전히 대용량으로 모으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또,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나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성능 평가 방식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LLM같은 경우 병원이 일일이 개발하고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하게 될텐데 이걸 어떻게 구현할지, EMR(전자의무기록)에는 어떻게 탑재할지 등 여러 이슈가 있다”며 “그럼에도 기존의 좁은 의미의 AI만으로는 현재 늘어나는 의료 수요와 의료 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렵다. 제너럴리스트 메디컬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공공데이터 접근성 등 보완해야…수가∙규제 완화도 중요
 
이날 웨비나에서는 국내 의료AI 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산업계의 의견들도 제시됐다.
 
루닛 조수익 이사는 공공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데이터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조 이사는 “우리나라는 데이터댐 사업을 통해 많은 데이터셋을 구축해놨고, 의료데이터도 많이 쌓았고 공개도 돼 있다”며 “문제는 프로젝트별로 데이터를 모으다보니 개별 데이터 자체의 수준은 좋지만 다른 데이터와 연계성이나 통일성이 없고 중구난방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안심존 오프라인이라고 돼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가야만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고, 폐쇄된 인프라도 열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산업계 관계자들은 수가, 규제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온코소프트 김진성 대표는 “정부 주도의 규제나 수가 등의 환경이 생각보다 새로은 의료AI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 의료AI 제품을 만들어서 받을 수 있는 가격과 매출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낮다”고 했다.
 
에이아이트릭스 김광준 대표도 환자중심 의료로 전환 과정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 측면에서는 해결이 많이 됐지만, 아직 법적인 문제, 인허가 문제 등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도 학계,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문제를 풀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규제 관련 문제 해결이 1순위”라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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