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재택의료학회가 17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한국형 재택의료, 제대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2024 추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돌봄통합지원법, 간호법 등 주요 법안 제정에 따른 재택의료 환경 변화와 도전 과제에 초점을 맞췄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돌봄대란과 의료비 폭증을 방지하려면 의료, 보건, 복지, 요양이 통합된 대상자 중심의 노인 돌봄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전 세션에서는 '국가 정책의 변화: 돌봄 통합지원법과 간호법'을 주제로 법과 제도변화가 재택의료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재영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학회 법제이사)는 법적 관점에서 두 법의 제정 의의와 한계를 짚었다.
김 변호사는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지역사회 기반의 공적돌봄서비스 근거를 마련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다만 재원 확보 방안이 미비하고 세부 시행령 없는 선언적 차원에 머물고 있어 제도 완비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상자 발굴 과정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간호법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대통령령이나 보건복지부령이 제정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노인의학 전문가인 윤종률 한림의대 명예교수(전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는 '국가 재택의료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의료비 급증은 고령화가 아니라 질병별로 분절된 의료 체계로 인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이 동시에 여러 과를 방문해야 하니 의료비가 증가하고 부적절 약물이나 다약제 복용 위험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질병이 악화해 기능장애, 입원 위험성이 커지고 의료비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윤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학제 협진과 통합진료로 노인의 노쇠를 최대한 예방하고 만성복합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행 중인 방문의료 사업도 건강보험, 장기요양, 예산사업으로 쪼개져 있고 대상자도 장애인 노인, 소아 등으로 제각각"이라며 "제도가 분절적이면 반드시 공백이나 중복이 생기게 되는 만큼 재택의료라는 우산 아래 수요자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통합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재택의료센터를 '건강노화/통합돌봄센터'로 확대 개편해 의료, 요양,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연자로 나선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 제정과 재택의료에서 간호사의 역할'을 발표했다.
탁 회장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에 필수적인 재택간호를 수행할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며 "간호법이 지역사회 간호돌봄 체계를 정립하고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탁 회장은 "현재 재택간호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등 재정에 따라 이원화돼 있다"며 "재택간호를 활성화하고 간호돌봄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이용자 상태에 따라 재정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환하고 간호서비스를 통합건강관리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탁 회장은 하나의 기관에서 방문형 간호서비스를 이용자 중심으로 원스톱 제공할 수 있는 '지역통합방문간호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 외 공간에서의 ‘지도’ 개념 명확화 △지역사회 간호사 업무 세분화 및 전문성 강화 △ 재택간호 수가체계 도입을 제도적 과제로 꼽았다.
이건세 대한재택의료학회 회장은 "통합 돌봄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법적, 구조적 장벽이 존재하고 종사자들의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돌봄과 직결된 간호법과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허술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재택의료 저변을 확대하고 질 높은 재택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개선과 교육, 인증, 수가 개발 등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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