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05 16:10최종 업데이트 24.02.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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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못하는 상급종합병원?…현실 맞지 않는 인력 기준 '허점' 지적

상급종병이지만 응급실 최소 인력만 확보하는 경우 많아…응급의학회, 응급실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 상향 및 지원 강화 주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부산시에서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할 의사가 부족해 타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병원은 애초부터 인력 부족으로 심정지 환자를 받을 여건이 안됐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용곤란고지'를 무시한 채 해당 병원으로 이송한 119구급대 문제와 별도로 왜 해당 '상급종합병원'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논란이 된 해당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중증 환자 진료량이 많은 의료기관이지만, 응급실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수준으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커녕 전문의조차 3명 중 1명만 근무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이 운영하는 응급실이 이처럼 열악한 인력만으로 돌아갔던 이유는 바로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과 평가 때문이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야 한다. 이에 병원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최소한의 인력 기준만을 준수하며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실제로 해당 병원은 법적으로 최소한의 인력 기준 만을 준수하며, 해당 병원에서 추적 관찰해 오던 환자나 도보 내원 환자 중심으로 응급실 기능을 간신히 유지하는, 그래서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조차 제공하기 어려운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현재 전국적인 필수 의료의 위기와 지역 의료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있어, 응급의료서비스가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이 해당 지역민들에게 심폐소생술도 제공하지 못하는 응급실을 간신히 운영한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인가? 알고도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해당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었다면, 그 법률과 규정은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매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 기준을 개정하고 평가하고 지정하는 것으로만 그 책무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보건복지부 역시 이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체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단순 법률이나 규정 준수, 감독의 차원을 넘어 과감한 행정, 재정적 지원으로 응급의료 확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학회는 이번 사건 당시 병원에 당직 중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었던 점도 개탄했다.

해당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공의도 없고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 중 1명은 휴직, 1명은 사직으로 단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 2인 총 4명이 돌아가며 24시간 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 당일 해당 병원에는 심정지 CPR 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임상과 전문의가 당직 진료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회는 "응급의료법에 의거한 응급의료기관의 인력 기준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 외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반드시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될 필요가 없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인턴 의사 1년 수련 과정을 포함한 4년의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동안 중증응급환자, 중증외상환자로부터 비응급, 경증 환자까지 응급실로 내원하는 다양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임상 경험을 쌓는다. 연구 논문 1편을 전문 학술지에 주저자로서 발표하고, 전문의 시험을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심정지 환자의 전문심장소생술을 포함한 응급환자 평가와 처치, 안정화에 있어서는 가장 전문적인 의료인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도 응급의료 전문가인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당직 진료를 하고 있었더라면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학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을 반드시 강화, 상향해야 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인력 기준에도 응급실 전담 전문의를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간호사 인력 기준도 현실에 맞게 강화,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응급의학회는 이번 사건이 병원들이 수용을 거부한 '응급실 뺑뺑이'가 아님을 강조하며 119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은 원활한 소통과 교류,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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