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03 07:03최종 업데이트 22.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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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도 '과유불급' 근거 없는 과잉 검진 문제 지적…원인은 수익성 쫓는 병원 때문?

의학한림원 포럼, 무증상자도 폐암‧갑상선암‧췌장암 검사 의미 없어…PET, 기대여명 10명 미만 고령 검사도 "과도"

2일 열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 세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건강검진체계를 갖춘 대한민국.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은 과잉 상태로 불필요한 검진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낭비는 물론 수진자 개인에게도 과잉 검진으로 인한 합병증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늘날의 과잉 검진 문제가 수진자의 건강보다는 건강검진을 통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의료기관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2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개최한 제20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건강검진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저위험군에서 폐암 LDCT 시행, 무증상 성인 갑상선 초음파 검사 "권고하지 않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명승권 교수 

이날 주제발표에서는 근거가 부족해 전문학회 등에서 권고하지 않음에도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암 검진의 문제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는 폐암 위험성이 낮은 사람에게 흉부 저선량전산화단층촬영(LDCT)을 시행하고, 무증상 성인에게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는 국내 건강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폐암의 조기 발견은 폐암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유관학회와 함께 미국에서 시행된 NLST(National Lung Screening Trial)의 결과에 근거해 55~74세,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흉부 LDCT를 시행하는 권고안을 발표했고, 2019년부터는 국가폐암검진사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이 개인 검진을 통해 흉부 LDCT를 통해 폐암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생중계 갈무리

명승권 교수는 폐암 저위험군이 검진을 할 경우, 침습적 검사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 방사선 피폭의 위해성, 과잉진단으로 인한 낭비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NLST 연구에 따르면 흉부LDCT로 양성이 나온 사람은 경피적 세침흡인 혹은 생검, 기관지내시경, 수술 등의 침습적 검사를 시행한다. 하지만 침습적 검사를 받은 사람 중 폐암 확진자는 57.5%, 침습적 검사를 받은 사람의 11.8%에서 주요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 교수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무작위비교임상시험 등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 근거해 폐암의 고위험군에서 폐암의 선별검사로 흉부 LDCT를 주기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폐암의 고위험군이 아닌 무증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폐암사망률을 낮추는 등의 이득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폐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흉부LDCT의 시행을 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명 교수는 무증상 성인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역시 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율은 2011년 기준으로 23%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며, 검진센터를 통해 갑상선 초음파 검진에 쓰이는 연간 비용도 2011년 기준 1321억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국가암등록자료를 이용한 국립암센터의 2020년 환자-대조군연구에 따르면, 갑상선암으로 사망한 120명과 1184명의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초음파를 통한 갑상선암 검진 여부는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영국 갑상선 협회, 미국 암 협회 등은 최근까지 일반 성인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통한 선별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미국 암 연구소는 2022년 갑상선암 선별검사가 과도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위양성, 불필요한 진단 검사, 장기적인 후유증과 같은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승권 교수는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이 갑상선 암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 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췌장암 선별 검사, 위해 요소가 더 많아…PET/CT 암 검진 실효성 없어, 검사 불필요
 
경희의대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경희의대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췌장암 검진의 위해 요인과 PET/CT 암 검진에서의 과잉 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췌장암은 우리나라 10대암 중 발생률 8위를 차지하는 암종이지만, 유일하게 5년 생존율이 향상되지 않는 암으로 악명이 높다. 이에 국내에서도 췌장암에 대한 공포가 많아 췌장암 검진을 과도하게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차재명 교수는 “여러 문헌 고찰 결과, 췌장암 선별검사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췌장암 선별 검사를 통해 발생하게 되는 위해 요소에 대한 문헌은 9개나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USPSTF(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증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 대해서는 췌장암 검진 및 스크리닝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도 작년에 근거 기반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췌장암에 대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며 “CT는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부작용, 비용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선별 검사로는 부적합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2008년 소화기학회지에도 췌장암은 비교적 드물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은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학회의 이러한 권장에도 불구하고 공단 일산병원과 6개 대학병원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7개 건강검진 프로그램 모두에서 ‘CA 19-9’ 수치 검사와 복부 초음파를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있었다.

차재명 교수는 “CT 19-9은 췌장암에 대한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79%와 82%로 높은 편이 아니며, 2cm 이하의 조기 췌장암의 발견율도 50%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 국민의 5~10%는 루이스 a-, b- 타입이어서 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 게다가 증상이 없는 췌장암 환자에 대한 양성 예측률도 약 0.5%로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차 교수는 “가족력이 없고 증상이 없는 성인은 췌장암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꼭 받을 필요는 없다”며 “의료기관에서도 가족력이 없고 증상이 없다면 이런 성인에 대해서는 췌장암 선별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생중계 갈무리

차재명 교수는 한번에 전신에 있는 여러 종류의 암을 검사할 수 있어 많이 사용되는 PET/CT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차 교수는 “이 검사를 시행했을 때 암을 발견할 확률이 약 1.7%로 알려져 있다.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데이터 연구에서도 PET 검사 양성이 실제 암 환자로 분류될 확률이 4.2%로 생각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PET/CT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2020년 기준으로 의료기관에 보급된 PET 장비의 숫자는 186대에 달하며, 이는 100만명당 PET 보급률 3.6대로 OECD 평균 2.4대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의 PET 청구 건수가 2017년 15만2229건에서 2021년 17만3306건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차재명 교수는 “증상이 없는 성인은 암을 조기에 찾아낼 목적으로 PET-CT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의료기관도 무증상 성인에서는 암 선별검사로 PET-CT를 시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대여명 10년 이하 고령자의 암 검진,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클 수 있어
 
국립암센터 최윤정 교수

국립암센터 최윤정 교수는 기대여명 10년 이하의 고령자까지 암 검진을 받는 현 건강검진 행태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남성 85.5세 여성은 86.5세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암 검진에는 공식적으로 검진 종료 연령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2015년 암 검진 권고안에는 검진 종료 연령이 제시돼 있다”며 “75세 이상 노인에서 암 검진의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클 수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암 검진 수검 대상자 중 75세 이상이 266만 명이었고 이 중에 100만 명이 검진을 받았으며, 85세 이상도 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윤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70대 중반이 넘는 고령의 경우에는 암 진행 속도가 더딘 데다가 암 발견 후 치료로 사망에 이르는 것까지 고려했을 때 고령에서는 주요 암 검진의 근거가 부족하거나 이득이 없다. 그리고 암 조기 발견을 통한 사망률 감소라고 하는 것은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등의 치료를 감내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뒷받침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USPSTF는 75세 이상에서 유방촬영술을 통한 선별검사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히고 있고, 대장암에 대해서도 76세 이상에서는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이전 검진 결과를 고려해 개별적으로 선별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었다.
 
그는 “물론 개인의 선택권이 있기에 기회를 줄 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있다. 대부분이 검진이 무조건 이득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검진 후 합병증이라든지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수진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그 정보에 기반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제공할 일반의 없이 시행되는 건강검진…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 유발해 병원 '배불리기'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이재호 교수

마지막으로 한국 건강검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한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이재호 교수는 이처럼 의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무분별하게 과잉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이재호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검진은 세계 최대 규모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8번에 걸쳐 받게 되고, 학생 건강검진은 4번에 걸쳐 받게 된다. 그리고 일반인 대상 건강검진이 매 2년마다 있고, 40세 이상에 있어서는 암 검진을 매년 받게 돼 있다”며 “이 주체가 민간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검진 비용이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건강검진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조9500억원이며, 이중 1조8550억원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다. 개인 혹은 기업체가 지원해 이뤄지는 민간 영역의 검진 규모도 약 1조원에 가까워, 우리나라는 매년 약 3조원에 재정이 건강검진에 소요된다고 추계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암 건강검진은 무증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양성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덜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의료기관이 건강한 사람까지 암 검진 등을 시행해 과잉 검진을 유발하는 이유로 민간 의료기관의 수익성 추구를 지적했다.
 
이재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대부분 민간이다. 민간 부문은 그 속성상 수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생중계 갈무리

특히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별검사에만 방점을 두고 있어 그 결과에 대해 적절히 의뢰하고 정확히 진단하는 과정, 또 치료 과정 및 추적 등이 부실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검진 후 일차의료를 제공해 줄 일반의(GP)가 없다 보니,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곧바로 3차 병원 세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이는 의료체계를 훼손시키고 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은 재벌 병원이 운영하는 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고 그 결과에 나온 소견에 따라 병원 세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해당 재벌 병원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대형병원의 배불리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과 같은 공공기관마저 민간 검진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그 외에도 ▲이미 진단 받고 관리 중인 질환 보유자를 검사해 불필요한 재원을 낭비하는 문제 ▲근거에 기반을 두지 못한 검진 주기와 항목 ▲진료를 거의 하지 않는 검진 전문기관으로 인한 사후관리 문제 ▲검진 시행 후 단순 통보로 인한 관리 부재의 문제 ▲검진 정보를 임상 의사와 주치의가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 통합의 필요성 등을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보건당국에 △건강검진 시행 전 주치의 지정 △건강검진 대상 홍보 △주치의에게 검진결과 활용 권한 부여 △근거가 불확실한 검진 항목 제외 △해로운 건강검진 항목에 대한 홍보 △건강검진 결과를 진료의뢰서로 갈음하는 일 금지 △검진 결과를 주치의에게 회송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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