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의사회,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두 춘계학술대회…
산부인과의사회가 둘로 쪼개진지 3년이 지났지만 통합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같은 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오전 12시에,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오후 1시 20분에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방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양측 의사회는 학술행사에 800여명이 등록했으며, 상대편 의사회는 사전등록에 허수가 있거나 타과 의사들로 채웠다고 공격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유사단체 사람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시각각 여론의 동태를 파악해서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단언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의사회가 통합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부인과의사회 양분 사태는 2014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다.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각 지회를 대표하는 70여명의 대의원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당시 제9대 회장 선거에는 김동석(서울산부인과), 이충훈(서울의료원), 최원주(최원주여성의원) 등 3명이 출마했고, 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장이었던 김동석 후보는 회장 선거 한 달 여 전 서울지회 대의원 4명 가운데 3명을 교체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서울지회가 제출한 대의원은 지회 총회를 거치지 않았고, 임기가 보장되는 기존 대의원이 사임하거나 해임됐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며 대의원 교체를 불허했다.
이에 김동석 후보 측은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가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꼼수"하며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를 출범시켰다.
두 단체는 지난해 통합에 한발짝 다가서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전임 회장과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의 합의 아래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할지, 간선제로 할지 전체 산부인과 의사들의 뜻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직전 산부인과의사회는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자 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정관만을 핑계 삼아 결국 학회와 각 단체의 대표와 원로가 겨우 이끌어낸 합의를 원점으로 다시 돌리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산부인과의사회의 합의 파기를 질타했다.
최근 또 한번의 통합 기회가 있었지만 사실상 좌초됐다.
지난 달 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할지, 간선제로 할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산부인과의사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표하기도 전에 다음달 대의원총회를 열어 현 간선제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겠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공고를 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근본 해결책은 회원들의 뜻을 물어 직선제로 할지, 간선제로 할지 정하면 되는데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은 채 (간선제) 회장선거 공고를 했다"면서 "그 쪽(산부인과의사회)은 통합할 의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의사회의 반목이 저출산 등으로 인해 시름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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