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혈액학회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등의 혈액암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이 현재의 임상 진료 지침과 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이 치료 지속 여부와 유전자 검사 등 '임상적 판단'을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혈액학회는 10일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2018년 등록기준 개정 이후 여러 차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현행 기준의 비합리성을 설명하고, 개선을 요청해 왔다"며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차 의견서를 제출한 이후, 2020년에는 미국 NCCN과 유럽 ELN 등 국제 가이드라인과 관련 논문을 근거로 보완자료를 회신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선 요청에도 제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NCCN과 ELN 진료지침에 따르면 현재 CML의 표준 치료는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복용이다. 이마티닙(imatinib), 닐로티닙(nilotinib), 다사티닙(dasatinib) 등의 약제는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지만, 백혈병 줄기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때문에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를 평생 복용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유전자 검사(BCR-ABL1) 상에서 '미검출'로 나타나더라도 실제로는 체내에 백혈병 세포가 잔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며 "CML 환자가 5년이 경과한 시점에 골수검사, 염색체검사, 유전자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치료는 지속돼야 한다. 이들은 여전히 항암 치료 중인 '암환자'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학적으로 잔존 암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산정특례 재등록을 제한하는 현재의 기준은 질병의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 전략 모두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최근 일부 환자에서 깊은 분자 반응(DMR)을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 치료 중단(TFR)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TKI 중단 후에도 50% 이상에서 2년 내 분자 재발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NCCN은 TFR 유지 환자에 대해 첫 1년간 매달,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BCR-ABL1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약제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완치' 상태가 아니며,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는 TKI를 복용하지 않으면 산정특례 재등록이 불가능하다. 이에 학회는 많은 환자가 불필요하게 약제를 복용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TKI의 연간 약제비가 1인당 약 2000만원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구조는 오히려 재정 효율을 해친다. TFR을 통해 장기적으로 치료 약제를 중단하고, 정기적인 분자학적 검사만 시행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다"며 "TKI 복용 여부에 관계없이 암환자로서 재등록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와 의료진이 임상적으로 타당한 TFR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학회는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이 치료 지속 여부와 유전자 검사 등 임상적 판단을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검사나 CT 같은 침습적이고 고비용의 반복 검사를 강제하는 현 제도는 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치료 전략 왜곡까지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이 문제는 CML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다발성골수종,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골수증식종양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혈액암 질환 특성상, 진단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재등록을 제한하는 방식은 절대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등록 기준이 '5년'이라는 획일적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재발 시점에서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각 환자의 치료 경과와 임상의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며 "치료 지속 여부와 진료 지침에 기반한 실질적 기준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는 환자 중심의 합리적 제도 운영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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