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16 06:05최종 업데이트 23.10.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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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반대 무시한 정책 '실패' 수두룩…의대 증원 강행하면 "10년내 필수의료 다 망한다"

대개협,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비판 제기…현 전문의 인력 재배치 위한 저수가 개선, 의료사고 대책 마련 촉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살리기'를 강조해왔던 정부가 돌연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의료계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오는 19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의사들은 결사 반대의 뜻을 밝히며 오히려 필수의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15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제32차 추계연수교육 세미나를 개최하고 의료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증원된 인력 배치 활용법 전무…"현 인력에 대한 재배치 방법 우선 고민돼야"

이날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국정감사에서 의대 증원 계획을 이야기하며 300~500명을 운운하더니 어느새 1000명 이상까지도 증원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순전히 정치적 숫자노름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치 자체도 놀라운데 그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안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더 황당하다. 10년에 1000명씩 배치하면 10년 후 의사 1만명이 배출된다. 그렇게 증원된 인력을 어떻게 배치해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회장은 "현재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어이가 없다. 필수의료과 의사는 넘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본인의 전공과목을 유지하고 일하지 못할 뿐이다. 이유는 뻔하다. 의료사고로 의사를 구속시키고, 10억원대 손해배상을 물리는데 어떤 사람이 위험한 질환을 진료하려 하겠는가"라며 "의대 증원보다는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에 대한 인력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빨리 만들어 선의의 의료행위에 의한 악결과에 대해 의사를 구속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러한 대책으로 인력 재배치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데도 의사가 부족하다면 그때 어느 정도의 의사가 부족한지 파악해 활용 계획안이 나온 후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도 "정부는 의대 증원을 하려는 목적으로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증원을 하면 어떻게 우리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나서 우리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저 정치적인 포퓰리즘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 기피가 심각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다. 이에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의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손해배상에 대한 민사 소송 시 의료 과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사 소송 시 판결 기준이 모호하고 표준화 돼 있지 않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과실 항목을 표준화해 명시하면 판사들도 판결에 도움이 되고, 환자들도 어떤 부분은 의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어 의료소송으로 인한 문제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장현재 대개협 총무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에 접어들었다. 생산연령 인구가 적어지면서 세금 낼 사람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그 늘어난 만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적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다"라며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결국 전문인력 재배치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많은 전문의가 있음에도 그 전문의를 활용할 구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건강보험료가 너무 낮아서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를 고용해 수익을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필수의료는 국가가 책임져서 돈을 주고 고용시켜서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원가는 현재 의사가 남아돌아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들 정도다. 개업을 했다가 망해서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의사 수를 1000명 늘린다면, 그 부담은 국민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무대책 의대 증원, 미용, 성형 치우치는 현 의료왜곡 부추길 것…"포퓰리즘에 대한 책임져야"

대개협은 이러한 대책 없는 의사인력 확대 정책이 오히려 현재의 의료 왜곡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훈정 대한일반과개원의사회 회장도 "우리 의사회 구성의 절반은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자기 전공을 포기하고 이제 일반 의원으로 개원한 이들이다. 10여 년 전에는 전체 개원의 중 일반과 의사의 수가 7~8위였는데 2년 전부터 전체 개원의 중 2위가 일반과 의사가 됐을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유는 필수의료를 전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도 도저히 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저수가와 의료기관 내 난동, 의사를 상대로 한 묻지마 소송 및 과도한 처벌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데 의사 수만 늘린다고 이들이 필수의료를 전공할까"라며 "의사 수가 늘어나도 30~40%는 다 우리 의사회에 들어올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좌 회장은 "14일 대개협을 대표해 긴급하게 대의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해당 문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고, 17일에 있을 전국 대표자회의 때 강력한 대책 및 투쟁까지 건의할 예정"이라며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증원하겠다면 2020년처럼 필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과거 정부가 모든 의사가 반대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을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의대 증원책도 정책실패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며 "의전원 제도의 실패로 필수의료 의사 부족이라는 여파가 생겼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또 "현재 우리나라 의대 수는 엄청 많다. 문제는 40명을 뽑는 소수의대들이다. 그런 학교는 학생과 전공의 교육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정원이 100명 이상 있어야 효율성이 생기는데 그런 부실 교육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국가를 망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김동석 회장도 결국 의대 증원은 국민의 의료 지출을 늘리고, 증원한 의사에 대한 교육 및 시스템 구축 비용 증대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큰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이 추진되면 단언컨대 10년, 15년 뒤에는 현 필수의료가 다 몰락하고 환자의 생명권만 굉장히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CCTV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됐는데 산부인과 수술실의 경우 어느 환자도 CCTV 촬영을 원치 않고 있다고 한다"며 "의료계가 반대했는데도 밀어붙인 정책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의약분업 역시 의사들이 그 부작용을 수차례 주장했으나 밀어붙였다. 해당 정책의 득실을 따지고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의대 증원 역시 정책을 추진한 정부와 정치인들이 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훗날 그로 인한 결과를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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