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최종안 매우 미흡, 현재 교섭 중단 상황"...연가보상비 소송∙권익위 진정 등 교섭 외 일도 영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인제의대 교수노조와 학교법인 인제학원 간 단체교섭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주기적으로 진행되던 교섭은 중단된 상태고, 교수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중재 신청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인제의대 교수노조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달 말 노조 측에 최종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최종안에는 조합의 활동에 관한 총칙 등 선언적인 부분들만 포함됐을 뿐 정작 임금, 휴가, 복지 등 핵심적인 내용들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인제대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사측이 내놓은 최종안이 굉장히 미흡해서 조정∙중재 신청을 생각하고 있다”며 “일단은 사측이 곧 나올 아주의대 교수노조와 대우학원 간 조정∙중재 결과를 기다리면서 교섭을 중단하고 냉각기를 갖자고 해 이에 동의한 상태”라고 했다.
당초 교섭 시작 전부터 소송전을 벌여왔던 아주의대 교수노조, 대우학원과 달리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인제의대 교수노조와 인제학원 간의 교섭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임금, 복지 등의 사안에서도 양 측이 협의를 진행하며 의견차를 좁혀가는 등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단체협약이 별 잡음없이 이뤄질 수 있겠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가 보상비 소송 등 최근 교섭 외에 건들로 양측이 충돌하며 분위기는 일순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지난 2월 말 인제학원을 대상으로 그동안 미지급된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의대 소속 대학병원 교수들은 타 과 교수들과 달리 방학이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학교 측이 연차를 지급하고, 사용하지 않은 일수에 대해선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사실 이 소송은 앞서 지난 2019년 백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 130명이 인제학원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민 끝에 당시 진행 중이던 아주의대 교수노조의 연가보상비 관련 소송의 결과가 나온 후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해당 소송은 3년여가 지난 올해 3월 말에서야 1심 판결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아주의대 소송의 판결이 계속 지연되면서 연가보상비 청구권의 시효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교섭 상황과 별개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송전에 더해 학교 측이 인제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을 의대 인사위원회와 대학 평의회 등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도 교섭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의과대학 인사위원회는 5명의 당연직, 4명의 선출직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수십년간 4명의 선출직에는 관행적으로 교수협의회 회장단이 포함돼왔다.
김 위원장은 “몇년 전 선출직은 교수회에서 추천하고 학장이 위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경되긴 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최근 학교 측이 이를 갑작스레 실행에 옮겨 결국 교수협의회 회장단이 인사위에서 배제됐고, 동일한 방식으로 대학 평의회에서도 빠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그 과정에서 변경된 제도와도 다르게 선출직을 주책임 교수회에서 추천하고 학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학교 측은 주책임교수회가 교수회에서 선출직 추천 권한을 위임받아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교수회는 열린 적도 없기 때문에 위임됐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전체 의대교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수회에서 투표를 통한 방식이면 몰라도 선출직을 주책임 교수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규정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해왔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불복해 추가 진정을 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학교 측은 노사 간 교섭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소송과 진정을 한 것에 대해 신의를 져버리는 행동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정당한 권리행사다. 사측이 교섭을 끌기 위한 핑계거리로 쓰고 있을 뿐”이라며 “아마 5월 초쯤에 다시 만날 것 같은데 이후에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결국 교섭은 조정이나 중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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