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약물 변경으로 추가 진료·입원 증가, 사회적 비용 더 키울 것…이런 논리면 병·의원이 직접 약 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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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광주광역시의사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법안 철회 시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의사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에 의약품의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개정안은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은 의사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사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처방은 그 환자를 진찰한 의사의 책임과 고유권한의 영역이며 진료의 연장선이자 치료의 핵심"이라며 "의사의 처방권을 부정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에 대한 책임마저도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법안은 마치 우리가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구매할 때 한우인지 호주산인지 미국산인지 모른 채 단순히 소고기라고 통보받고 고기를 구매하는 걸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성분명 처방으로 환자가 임의로 다른 제약사의 동일성분 제품을 복용할 경우, 치료 효과 저하 및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조제 현장에서 약사의 재량이나 의도에 따라 환자마다 투약되는 제제가 달라지는 불안정성이 발생한다. 이는 동일 환자가 병원·약국을 옮길 때마다 약제가 바뀌는 결과를 초래해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회는 "의사의 직접적인 약품명 처방은 오리지널 약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겐 그 약을 처방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다"며 "임상 경험을 통한 환자의 피드백으로 많은 카피약 중 쓸만한 약을 골라내는 효과 또한 크다. 약사는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기에, 투약 후에도 그 임상결과를 알 수 없기에, 성분명 처방은 약사의 이익에 의해 약품이 선택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환자 진료와 관계없는 정치·재정적 논리에 따라 국민 건강보다 비용 절감만을 우선하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광주시의사회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정책은 결국 환자에게 부작용 위험을 떠넘기고, 불필요한 약물 변경으로 인한 추가 진료·입원 증가로 사회적 비용만 더 키울 것"이라며 "법안을 통해 의약분업의 본래 원칙마저 부정한다면 이제는 약을 의료기관에서 받을 것인지, 약국에서 받을 것인지 그 선택권을 국민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법안의 취지로 내세운 약품 부족의 문제를 지금의 제도에서 해결하지 못했다면 아전인수격의 무리한 법안 대신 병원과 의원, 보건소가 직접 나서 약을 지어주는 것이 맞다"며 "깜깜이 성분명 처방은 결코 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잘못된 규제 실험의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회는 "정부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건강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합리적 약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시의사회는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