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08 07:12최종 업데이트 23.06.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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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의대정원 확대? "필수의료 의사는 없고 의대 진학 N수생만 늘어난다"

의료계 "현재 의대생·전공의들도 필수의료 기피에 도망치는 현실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공염불일 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5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그 파장이 벌써 입시 현장에 미치고 있다.

이미 이공계 우수 인재의 의대 쏠림에 대한 우려가 큰 속에 의대정원 확대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현 고등학생뿐 아니라 이공계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의 재수와 반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늘어난 의사들이 정말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를 선택할 것인지에 있다. 현재도 의대를 진학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필수의료 기피가 심각하다기 때문이다. 현재도 필수의료를 선택했다가 미용 및 모발이식 등 비급여 진료 분야로의 이탈이 극심한 상황에서 향후 10년 후에야 배출될 신입 의사들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규홍 장관, 의대정원 확대 "2025년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 직접 발언…'이례적'

8일 의료계 및 교육계에 따르면 조규홍 장관이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대정원 확대에 관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장관은 "지금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저희가 OECD 최저 수준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령화가 되고 또 건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의사 수요는 부족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정원 확대는 2024년도 입시는 요강이 나왔으니 2025년도 의대 정원에는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날 조 장관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그분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데는 한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그러기 때문에 우선은 인프라를 확충하고, 그다음에 합리적인 보상을 통해서 의사가 없는 지역이나 과목에 의사가 스스로 가서 근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는 정책을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아닌 방송에서 개인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의대 쏠림 현상 심화 예상…벌써부터 입시 현장 의대 목표 N수생 늘어날 기미 보여

당장 파장은 교육계에 불고 있다. 학원가 등은 바늘구멍 같은 의대 입시가 정원 확대로 다소 수월해짐에 따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 재수생 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공계 의대 쏠림 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로 학원가가 들썩이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대 진학 열풍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대 문호가 넓어져 의대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며 최상위권 인재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년간 수능 준비에 전념하는 사회적 낭비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미 입시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N수생'이 크게 늘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상위권 대학이나 지방 의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대해 반수나 재수를 하는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험생 커뮤니티에 ‘반수’와 ‘재수’를 고민하는 대학생의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고, 최상위권 대학 커뮤니티에도 의대 진학을 상담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수험생 수는 급감하고 있지만, N수생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응시자 46만3675명 중 N수생 등 졸업생이 8만8300명(19%)으로 나타나 N수생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과 압박에 포퓰리즘 정책 밀어붙이는 정부…필수의료 대책 없인 '공염불' 지적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 공공연한 사실처럼 보도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된 것처럼 복지부 내부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압박이 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 등 보건의료 분야에 곯아있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구체적인 해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와 같은 포퓰리즘적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성과 압박에 의한 발언 같다"고 꼬집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역시 "복지부 장관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의대정원 확대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통상적이지는 않다.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와 논의가 필수적인데 전혀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전방위적으로 의료계에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 같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의협은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당장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 영역을 선택할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학부모들의 자녀의 의대 입시에 대한 열성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뤄지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바이탈과'는 의료의 꽃이었다. 고위험 고부담 속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것이 명예이자 보람이었는데 의료체계의 왜곡으로 과도한 업무 부담,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 등으로 비급여가 많은 미용 분야로 의사들이 옮겨가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수입이 많아 동경하는 직업이 되고 있는데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현재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필수의료에서 도망치는 현실에서 늘어난 의사들이 열악한 필수의료를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라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속에서 늘어난 의대생들로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을 끌어나갈 수 없다"며 의료계 현장과의 논의가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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