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유사 제도 도입 후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의료계 "정부, 의료비 통제·지출증가 속도 조절 의도"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정부가 일차의료 혁신 방안으로 '묶음수가'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의료서비스 질 향상보다는 부족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위험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묶음수가, 성과기반 보상 지불제도 부작용은 없는가?'를 주제로 이슈브리핑을 발간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묶음수가 도입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의료계는 묶음수가가 의료서비스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정부 주장에 반발하며, 정부가 의료비 통제와 지출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묶음수가를 도입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의정연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묶음수가, 성과기반 보상제도 지불모델의 장단점을 검토했다.
먼저 미국의 묶음지불제(Bundled Payments for Care Improvement, BPCI)는 에피소드 단위로 계획되지 않은 의료서비스, 에피소드에 포함되지 않은 재입원이나 응급실 방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PCI의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추가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위험이 제기되고 있었다.
또 미국의 의사, 병원 및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그룹이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통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은 조직의 경우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와 계약관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ACO는 병원 재입원률 감소와 예방적 치료 및 만성질환 관리에서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으나, 모든 ACO가 동일한 결과를 낸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비용 절감과 임상결과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도 성과보상지불제(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 QOF)를 도입했으나 치료의 질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OF 도입 이후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과 혈압 관리 측면에서 초기 긍정적 효과는 확인됐으나, 이러한 효과가 프로그램 시행 후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재정적 인센티브가 반드시 기대했던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정연은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묶음지불제도에서는 정해진 진료비 내에서 치료가 이루어져 추가 검사나 치료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합병증 진단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과기반 보상 지불제도는 의료진이 표준화된 치료과정에 집중하도록 설계될 가능성이 높아, 의사가 성과지표 충족에 집중하면서 개별환자의 건강상태나 전반적인 관리 소홀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즉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만족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의정연은 "현재와 같이 정부가 지불제도 개편의 목적을 의료비 절감에 둘 경우, 이 과정에서 중증 또는 복합질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환자의 건강결과 악화, 치료 만족도 저하, 그리고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가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제도를 개혁하고 진료비 지불방식을 개선하고자 하지만, 각국의 여건이 다르므로 해외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료체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책 방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사회적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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