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12 06:51최종 업데이트 21.02.1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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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막 면역활성은 장-폐 연결축(Gut-Lung axis) 때문일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현대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3세기에 "모든 병은 장(腸)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에 탈이 나 배가 아프기도 한다. 힘들 때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어떤 사람은 장은 '제2의 뇌'라고 말한다. 장과 뇌가 실은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는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장-뇌 사이에 생체신호를 주고받는 '정보 고속도로'가 존재함을 말해준다.

폐도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장-폐 연결축(gut-lung axis)'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특별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폐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난해 11월 'Role of gut-lung microbiome crosstalk in COVID-19'라는 제목의 리뷰 논문이 발표됐다. 저자들은 장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폐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한 논문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장-폐 연결축에 대한 임상적인 결과는 아주 제한적이었다. 설사, 구토, 복통 등과 같은 많은 위-장 증상(gastrointestinal symptoms)을 호소하는 코로나19 감염자는 병증이 더 심하다. 이런 GI 병증이 장-폐 연결축에 대해 더 생각하게 만든다.

2000년 중반 DNA 해독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장치(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제대로 분석될 수 있었다. 2007년 시작한 미국 정부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비롯한 대형 연구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돼,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의 구성과 질병과의 연관성이 차례로 밝혀졌다.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인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그 개념으로 보면, 마이크로바이옴을 미생물 생태계로 보고 질병 상태의 생태계를 조절해 정상 상태의 생태계로 바꿔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세포치료제와 유사한 바이오 의약품(Biologics)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의 발견 이전부터 전통적으로 면역증강 등의 목적으로 개발돼온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건강 기능식품으로 주로 분류되고, 실제로 건강한 성인의 장 내에 상존하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anaerobic bacteria)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된 치료물질을 약(drug)으로 규정하고 'Live Biotherapeutic Product(LBP)'라 명명했다. 이어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2018년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기능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단일 균주(Single Strain)가 같은 기능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LBP가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답을 줄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회사가 영국의 4D파마(4D pharma plc)다. 2014년 2월에 설립된 4D파마는 시작부터 목표가 단일 균주를 기반으로 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특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MRx0518'이란 코드가 붙은 '속(Genus) 수준의 Enterococcus'다. 이 균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균주 라이브러리에서 숙주가 면역 양성을 보여주는 균주 중에서 선택했다. 그러기에 CD4+, CD8+ T세포와 NK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LBP다. 이 균주는 그람 염색에서 감청색 또는 보라색으로 염색이 되는 그람 양성균(Gram-positive bacteria)이며 편모(flagellated)가 존재한다. TLR5(Toll-like receptor 5)는 TLR5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단백질로, 유형인식수용체의 일종이다. TLR5가 세균 편모의 단위 단백질인 플라젤린을 인식해 활성화돼 종양에 CD8+/Treg ratio를 증가시키고 항암면역 반응을 나타낸다. 결국 TLR5를 활성화시키는 박테리아 플라젤린은 면역 활성화 작용을 가진 것이다.

4D파마는 지난해 8월 26일 자사가 개발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MRx0518과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1상에서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이 25%를 보였으며 질병통제율(Disease Control Rate, DCR)은 42%(5/12)라고 발표했다. MRx0518과 키트루다 병용투여 안전성을 확인해본 결과, 투여로 인한 4등급 또는 5등급 수준의 심각한 부작용과 그로 인한 투여 중단은 발생하지 않았다. MRx0518 투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Possibly Related) 2등급의 소화불량(Dyspepsia)이 1건 발생했다. 키트루다 투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부작용으로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 저알부민혈증(Hypoalbuminemia), 리파아제(Lipase) 증가 등이 발생했다. 4D파마는 이번 임상1상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120명을 추가 모집해 MRx0518과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2상을 진행한다(NCT03637803)고 발표했다.

MRx0518과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은 마이크로바이옴에 존재하는 TLR5 리간드인 플라젤린을 이용한 차세대 항암 면역요법 개발의 기반을 제공하는 임상시험이다. 왜 TLR5 리간드인가? 면역계는 각각 기능과 역할이 다른 선천성(innate)과 적응성(adaptive) 면역계로 나뉜다. TLRs를 포함하는 선천성 면역계는 감염 후 즉각적으로 활성화돼 감염 미생물의 증식을 재빨리 조절할 수 있으므로 림프구가 감염을 담당할 때까지의 감염 초기를 담당한다. TLRs의 발견은 선천성 면역계가 병원체의 침입으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데 매우 유용함을 알게 해줬다.

몇 가지의 미생물 산물이 TLR2, TLR4, 및 TLR6를 통해 염증반응을 자극할 수 있지만 TLR5와 TLR9은 단 하나의 미생물 구조만을 인식한다. 특별히 TLR5는 세균 편모(flagella)의 주 구조 물질인 세균 flagellin을 인식하며 편모를 가진 세균만 TLR5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Flagellin은 지질이나 탄수화물 구조를 가지지 않은 순수한 단백질이다. Flagellin이 TLR5를 활성화시키면 TNF-α와 같은 염증매개물의 생산을 자극한다.

왜 필자가 Flagellin이 TLR5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가? 전남대 의대 생화학교실 조경아 교수가 2015년에 점막 면역 활성에 의한 면역 노화 개선 효과를 증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인성 폐렴에 대한 보호 효과를 증명했다. 바로 이 연구의 근간이 Flagellin이 TLR5를 활성화시켜 노화면역 활성 유도 기반의 새로운 수명 연장 모델을 개발했다. 이와 같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면역 노화 개선을 통한 노인성 질환 치료 분야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자 지난해 3월 메디스팬(MediSpan)을 세웠다.

메디스팬은 판교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체 적용 가능한 면역 활성 유도 물질인 'MSP-306'을 개발하고 있다. MSP-306은 높은 구조적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고, 비강 점막 투여 방식으로 투약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TLR5 리간드를 이용한 차세대 항암 면역요법 개발이 바로 앞서 나가는 4D파마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가는 길이 중첩된다.

점막 면역 활성이 왜 일어날까? 점막은 장 보다는 폐와 가깝다. 폐에 기생하는 Enterococcus가 플라젤린을 공급하는 소스(source)가 아닐까? 코로나 덕분에 장-폐 연결축(gut-lung axis)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메디스팬의 MSP-306을 점막에 분사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제가 될 수는 없을까? 이미 트럼프가 처음 맞은 리제네론 코로나 항체는 온 몸에 주사하기 보다는 점막에 분사해 감염 예방 효과를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또 이 길을 따라가야 하나?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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