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08 05:17최종 업데이트 21.12.0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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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분만 의사들이 사라진다…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⑩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②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의료분쟁처리 특례법 제정"
③박상준 의협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④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지역의료 살리기"
⑤안치석 전 충북의사회장 "서울과 지역 의료격차 최소화"
⑥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들과 먼저 협의"
⑦김장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의료체계 정부 관여 줄이고 자유도 높이기"
⑧장성구 전 의학회장 "전문가 의견 수렴·정치적 판단 배제…고품격 의료강국 대한민국"
⑨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
⑩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고의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무서운 전염병 상황에서도 버티고 있다. 의료계는 끝을 모르는 코로나19와의 힘든 싸움 중에도 최선을 다해 국민을 지키며, 대유행이 반복될 때마다 위험을 각오하고 혼신을 다해 전쟁터 같은 진료 현장 속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의료계의 노력으로 힘들게 유지돼온 의료시스템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 들며, 의료진의 탈진으로 붕괴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차기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은 의료계의 충정 어린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반드시 반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는 이미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위급한 심장 수술이나 응급수술, 분만을 담당할 전문의사가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을 무시하고, 의대 신설이나 의사증원 같은 섣부른 포퓰리즘적 정책 제안으로 의료의 미래를 망치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은 의료진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환경 확립과 의료진을 신뢰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적·법적 의료 환경은 의사를 신뢰할 수 없는 규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만연함으로써 의사들이 위급한 진료나 수술 등의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필수의료를 재정비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제라도 빨리 방향을 바꿔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며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이 해결책임을 단언한다. 

1. 의사의 소신진료를 담보할 수 있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원인은 고의 과실이 아님에도 진료의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수시로 재판에 불려가거나 과도한 배상 판결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진료 중이던 환자를 정리도 하지 못해서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음에도 의사를 법정 구속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렇게 의료진 구속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의사들은 공포에 빠졌다. 이러다 보니 위험도가 높은 진료를 하는 진료과는 전공의가 지원을 꺼리면서 기피과가 되고 있다. 

2.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증명이 된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는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모든 수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제대로 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 굳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수가와 비교한 수치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원가 이하이고 다른 국가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정당한 진료 행위에 대해 적정 수가를 책정하는 것은 진료의 질을 보장하고 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당연하다. 잘못된 수가체계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고,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수가체계를 만들고 정상화해야 한다.

3.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분만 과정에서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 제도가 2013년 4월부터 시행됐으나, 분만 관련된  신생아의 뇌성마비, 산모 또는 태아의 사망 등에 대해 국가가 전액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30%를 부담하게 하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배상책임을 분만을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산부인과 의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 이런 부당한 정책 등으로 인해 분만 취약지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은 분만으로 발생한 뇌성마비 경우나 산모와 태아의 사망 또는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부담해 보상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부인과뿐 아니라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해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4.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차 의료기관은 연구와 중환자 치료만으로 병원이 유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3차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외래환자가 1만명 이상이 내원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지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특히 전염병 상황에서의 이러한 외래환자 폭주는 위험성 노출을 조장하여 더욱 우려스럽다. 의원과 병원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접근성이 뛰어난 동네 일차 의료기관에서만 일차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예외 없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전문의의 개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차 의료기관간의 수평적 의료전달체계도 필요하다. 

5. 의약분업을 비롯한 보건의료정책 재평가를 조속히 실시하고 발전적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뜨린 그동안의 보건의료정책을 재평가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동안 의사들이 반대했던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가 국가적, 사회적 낭비로 이어진 경우는 많았다. 대표적으로 의약분업,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지방의대 신설, 공공의대 설립 등은 정책 입안부터 과정, 결과까지 분석해 잘못된 정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약분업을 강제로 밀어붙이면서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과 잘못된 의약품 처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하고, 조제료로 인한 가계부담 급증이나 의약품 유통구조 왜곡 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 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정책을 실시한 후 아직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차기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은 반드시 국민의 건강권 수호와 지속 가능한 미래 지향적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더 이상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한 포퓰리즘적 의료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미 너무 많이 왜곡된 의료 환경과 의료시스템을 돌리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디 차기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며 전문적 의견을 바탕으로 더 이상 의료시스템이 파괴되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밝은 미래를 향한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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