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소방서 최유진 구급대원·중앙응급의료상황실 김정언 실장, 인력 확충·AI 병원 선정 시스템 개선안 제시
(왼쪽부터) 경기도 이천소방서 최유진 구급대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 김정언 실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중증 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현장의 인력 확충과 표준화된 소통, 데이터 기반의 전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일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2025년 아주 외상컨퍼런스에서 경기도 이천소방서 최유진 구급대원과 중앙응급의료상황실 김정언 실장은 현장 대응과 전원 조정 시스템의 관점에서 골든타임 단축을 위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경기도 이천소방서 최유진 구급대원 발표 자료 중 일부
구급 인력·훈련 부족으로 현장 부담 ↑…3인 1팀 체계 구축·훈련 강화가 골든타임 만든다
최유진 구급대원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의 외상 환자 대응 현실을 전하며 "현장 도착 후 10분 이내 출발하라는 지침은 2인 탑승 체계에서는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재 경기도의 3인 1팀 탑승률은 51.6%로 전국 최저 수준이며,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구급대원은 "이천과 여주, 양평 지역의 구급차 절반 이상이 2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인력 구조에서는 평가·처치·이송을 동시에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현장의 골든타임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3인 1팀 체계 보장과 다중 출동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어 소통 체계의 개선도 강조했다.
최 구급대원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현장 부담 사례를 소개하며 "중증 외상 의심 시 초기 단계부터 여러 구급차가 동시에 출동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자가 호흡수나 의식 수준을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만큼, 고위험 손상기전과 주요 손상 부위 정보를 기준으로 중증 환자를 조기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MIST 또는 ATMIST 인계 카드를 활용해 환자 정보를 1분 내에 핵심 항목 중심으로 표준화해 전달하면 현장과 병원의 의사소통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며 "사진·영상 기반 정보 공유와 핫라인 의료지도, 인계 녹취 및 피드백 도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외상 환자 중증도 평가 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 구급대원은 "현행 2011년 트리아지 가이드라인은 보상성 쇼크나 연령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2021년 개정안을 반영해 산소포화도, 연령별 혈압, 운동반응 등 세부 항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반복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외상 출동은 빈도가 낮기 때문에 시뮬레이션과 VR 기반 훈련을 통해 현장 판단과 처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인력·소통·훈련이 있어야 현장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병상 정보부터 예후까지, 전주기 연계 시스템 도입 필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김정언 실장은 전국 단위 전원 조정 현실과 병원 선정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중앙상황실은 연간 약 1만3000에서 1만4000건의 전원을 조정한다. 그중 외상 환자가 5~7%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전원 지연 사례를 소개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척추와 다리 골절, 내과 질환을 동반한 오토바이 사고 환자는 14개 병원에 연락한 끝에 1시간 40분 만에 수용 병원을 찾았고, 70세 낙상 환자는 119가 7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해 결국 광역상황실을 통해 원거리 외상센터로 헬기 이송됐다.
김 실장은 "야간에는 전문의가 없거나 내과 백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환자는 기다리고, 이송은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지연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환자 상태에 따라 병원을 추천하는 통합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김 실장은 "현재 상황의사와 상황요원들이 응급의료기관으로부터 실시간 전송되는 병상정보와 중증응급환자 진료 정보, 다양한 의료 분야 네트워크들을 활용하여 병원을 선정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축척된 데이터를 통해 AI를 활용해 병원을 선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실장은 119 현장 정보부터 병원 치료와 예후까지 전주기 데이터를 연계해 지연 원인을 분석하고, 전원 체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를 연결하면 환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평가할 수 있다"며, 사람의 판단이 아닌 시스템으로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실장은 근거리 병원에서 1차 안정화를 거쳐 원거리 외상센터에서 최종 치료를 받는 단계적 이송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