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기관 평가인증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데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의료 질과 환자안전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감염관리 부분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인증 준비에 따르는 부담 탓에 중소병원의 인증 참여율은 여전히 10.9%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의료기관들이 인증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유사평가 통합 조정 및 종별 특성 고려한 기준 마련…인증 수가 신설 필요
민주당 신현영 의원∙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주최로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역할과 발전 방안’ 국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대한중소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위원장은 ‘중소병원의 의료기관 인증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서 위원장은 다수의 유사한 평가들의 통합 관리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참여율 제고를 위한 인증 수가 신설, 중소병원 특성을 고려한 인증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그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 평가 외에도, 심사평가원과 학회 등의 평가가 산재해 있는데 구조나 과정 일부 항목이 인증 평가와 유사한 경우들이 있다”며 “다수의 평가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과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각 평가들을 조정 및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인증을 받음으로써 얻는 이익보단 인증 획득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더 큰 상황”이라며 “미참여 병원의 인증 참여를 위한 컨설팅 등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고, 별도의 인증 수가 신설이나 의료질평가지원금, 감염예방관리료 등 현행 수가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또 “현재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모두 동일한 급성기 병원 인증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종별 특성, 중증도 기능에 따라 인증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지영건 법제이사도 인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인증 수가(의료질 향상 지원금) 신설을 주장했다.
지 이사는 “인증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 비용 지출은 불가피한데, 구체적인 의료서비스가 아니란 이유로 그 비용을 수가에서 제외시키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종합병원, 전문병원만을 대상으로하고 있고 인증비용보상 기전이 미약한 만큼 인증 획득∙유지 병원에게 ‘의료질향상지원금’ 수가 항목을 신설하자”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인증 획득∙유지 수가 주자” 의협 “평가항목 과감하게 줄여야”
이어진 토론에 참석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수가 신설 필요성에 동의했다. 인증 획득과 유지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선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인증의 획득과 인증기준 유지에 대해 수가를 신설해 보상할 필요가 있다”며 “인증을 받으면 책정된 수가의 절반을 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그 인증 기준을 유지할 경우엔 나머지 절반을 주자”고 했다.
그는 또 “인증원은 단순히 평가만 하는 기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에 정진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기관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은 현행 평가제도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어 인증 참여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95점을 받는 의료기관들을 100점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낙제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인증 받을 의향이 있는 기관들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인증 준비에 따른 부담이 커 직원들이 이직이나 퇴직하는 경우도 많다. 평가 항목들을 과감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인증원 내부의 위원회나 의결기구 구성 시에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위원 구성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법 개정으로 인증 참여 허들 낮추고, 수가 체계도 재정비”
이 같은 발제자와 패널들의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의료기관들의 인증 획득 및 유지 과정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수가 체계도 재정비하겠다고 답했다.
박 과장은 “향후 법령 개정을 통해 환자안전과 의료질을 점진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입문인증과 단계별 인증 등 의료기관의 인증제도 참여 문턱을 낮추고자 한다”며 “또, 인증 준비와 관련한 사전 교육, 컨설팅, 모의인증부터 평가 시행 시 점검사항 안내, 인증 피드백 제공 등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병원급 뿐만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질환별 또는 시설별 별도의 인증기준을 도입해서 환자들이 인증 기관을 믿고 찾아갈 수 있게 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선 현재 필수인증이나 의무인증과 관련된 수가체계를 단계별 분야별 자율적 인증에 맞는 수가체계로 재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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