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국회의원이 질본 청 승격 관련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해괴망측하다’라고 묘사했다. 여당 고위급 관계자의 비판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발언인 셈.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질본의 청 승격 과정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질본의 청 승격 소식이 흘러나올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본이 드디어 감염병 대응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조직으로 확대 개편된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질본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편입 상황을 보면 "허울뿐인 무늬만 승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듯하다. 복지부는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신설해 질본에서 분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 연구 이외 유전체 빅데이터, 재생의료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 연구를 병행하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해명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세부 내용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질본 청 승격의 가장 큰 목적은 감염병 관련 대응역량 강화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감염병 연구를 주도할 산하 연구소가 부재할 경우, 이 역할을 대체할 신규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만약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면 청 승격과 반대로 전문성이나 규모 면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못한 허울뿐인 청 승격에 그칠 수 있다.
가톨릭관동대 산학협력단이 2018년 시행한 ‘질본 조직개편안 정부 용역 보고서'가 있다. 보고서는 이미 2년 전 국가적 차원의 전염병 등 질병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질본의 청 승격과 더불어 대대적인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사와 예산권을 완전히 복지부와 별개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논란이 된 국립보건연구원을 오히려 기존 3과 19과 형태에서 4센터, 22과로 대폭 확대해 질본 산하에서 수행업무를 도와야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감염병, 공공백신 자체개발, 희귀질환 지원, 유전체, 바이오 연구 등을 강화해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고 감염병 예방과 대응 역량을 대폭 키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립보건연구원 조직 개편안<사진=질본 조직 발전방안 연구보고서>
이처럼 향후 질병관리청은 역학적 실증 연구나 모델링 사업, 감염병별 역학 특성 등 연구와 정책 평가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대폭 확대하고 이에 따른 감염병 전문가 충원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질환과 더불어 만성질환관리 기능 등 청의 장기적 역할 조정과 지방청 설치 등 지방자치단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제라도 질병관리청 조직 개편안 수정이 이뤄져 향후 국내 감염병 컨트롤타워로서 독자적 전문성을 새로운 조직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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