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개원의들이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조사와 관련해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비뇨기과의사회가 제도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비뇨기과의사회는 5일부터 건강보험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현지확인(건보공단) 및 현지조사(보건복지부) 전면 개선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의료계는 안산 비뇨기과 원장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촛불집회, 1인시위, 규탄집회를 잇달아 열었고, 이는 복지부 현지조사지침 개정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날 첫 번째 1인 시위에는 어홍선 회장이 시작했다.
어홍선 회장은 "회원이자 동료인 비뇨기과 개원의의 안타까운 사태를 연이어 목도하면서 정부 기관의 부도덕한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 안산에 이어 12월 강릉에서 비뇨기과 개원의가 유사한 이유로 또다시 자살하자 그간 쌓여있던 불만이 릴레이 1인 시위로 폭발한 것이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직후와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을 거부한 직후 자살을 선택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강릉의 비뇨기과 원장 A씨는 지인에게 "건보공단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고, 거짓청구가 확인되면 환수에 그치지 않고, 과징금, 면허정지, 업무정지 등 4가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털어놓으며 전전긍긍했다.
A씨의 지인 역시 최근 건보공단으로부터 현지확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단은 단순히 조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일지 몰라도 조사를 받는 의사 입장에서는 협박으로 들린다"면서 "나도 A씨 이야기를 듣고 공단에 전화해 '방문확인을 안받겠다고 하면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면 되지 왜 자꾸 조사를 받으라고 압박하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씨는 관행적으로 진료비를 청구했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이중청구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면서 "복지부 실사를 받으면 최대 3년치 진료분을 들여다보고, 허위청구가 확인되면 4중 처벌을 받기 때문에 감당할 수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홍선 회장은 "공단의 잇따른 위법적, 비인간적 조치가 의료인의 인격과 진료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결국 개원의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안산의 비뇨기과 개원의 역시 현지조사 직후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홍선 회장은 "꼬투리가 잡히면 무제한적으로 조사하는 현 조사 방식은 의료인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게다가 부당청구라는 프레임 아래 마치 모든 문제가 의사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가 명예와 인권을 해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사 방식 뿐만 아니라 안산과 강릉 비뇨기과 의사 모두 사마귀 제거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요양급여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사마귀 요양급여기준은 손등에 난 것을 떼면 비급여, 손에 난 것은 급여, 불편하기만 하면 비급여, 불편하고 통증이 있어야 급여가 되는 식이다.
여기에다 상당수 의사들이 사마귀를 제거한 후 공단에 진찰료를 청구했다가 이중청구로 환수, 과징금, 업무정지,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있어 제도 개선을 통해 행정처분을 사전 예방할 필요가 있지만 복지부도, 건보공단도 뒷짐만 진 채 의사들이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
계도 중심의 현지조사 전환 시급
특히 복지부는 지난해 말 현지조사 개선방안을 논의하면서 '계도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의사협회에 전달했지만 현지조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반영하지 않았다.
계도 중심이란 1차 적발시 부당금액만 환수하고, 다시 적발되면 과징금, 면허정지, 업무정지처분을 병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행 행정처분이 사실상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이다 보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걸리면 아예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사들에게 현지조사, 현지확인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홍선 회장은 "현 요양급여제도는 숙련된 의료인이라도 쉽게 실수하거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기준 아래 설계돼 있다"면서 "의료인들은 자칫 실수라도 범해 현지확인, 현지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어홍선 회장은 "이런 문제는 비단 비뇨기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의료인 누구나 처할 수 있다"면서 "현 제도를 전면 개선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 깊은 우려와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뇨기과의사회는 조사권을 일원화하고, 건보공단의 현지확인을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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