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17 07:57최종 업데이트 20.05.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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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또 일어날 것"…전문가들, "정부 생활방역 전환 성급했다"

최재욱 교수 “감시체계 없이 사업주·시민들에만 책임”…엄중식 교수 “조급한 완화, 국민 방심 유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늘고 있다. 이태원 클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월 16일 기준으로 162명으로 가파르게 늘면서 제2의 신천지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방역체제를 대폭 완화해 지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전환,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최근 잇따른 집단감염 발생에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생활방역 전환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결과물이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괄적인 방역 완화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태원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 등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직종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방역 완화가 이뤄지다 보니 감염 대응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최재욱 교수, 선별적 완화 필요…사전 감시체계 전혀 준비 없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

"앞으로도 이태원 클럽과 같은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태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속한 사전예방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는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시점과 필요성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절차와 순서가 엉킨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봤다. 특히 모든 사업장과 집단 밀집 시설 등에 대해 일괄적으로 방역을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껏 이뤄왔던 성공적 방역대책의 큰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사회적인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생활방역 전환 시점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러나 절차가 진행되는 절차와 순서가 잘못됐다"며 "방역완화는 선별적으로 차등을 두고 이뤄졌어야 한다. 유흥업소 등 고위험 사업장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일률적 전환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자 책임을 시민과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생활방역 전환 과정에서 사전 모니터링이나 예방관리 감시체계를 마련하는 등 노력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미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소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대책이 더 절실하다는 논리다. 그는 정치적 관점을 걷어내고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전국에 깔려있는 미확인 확진자 수가 적어도 매일 100명쯤 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 산발적 집단감염은 꾸준히 진행될 것이다"라며 "정부는 방역 완화에 따른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렸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과 같은 집단 패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는 상시감시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방역 완화에 따른 책임보다는 책임을 전가만 하고 있다"며 "총리나 장관은 다시 위험수위를 심각단계로 조정하겠다느니 정치적 발언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재욱 교수는 향후 생활방역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있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꾸준한 합의창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보건학적으로는 물론 지속적으로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이 좋지만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방역완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방역완화 관련 최종 의사결정은 공중보건학자만이 답을 할 수 없는 범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 문화, 범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합의창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는 다음주 정도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 교수는 "이번 집단감염이 제2의 신천지라는 의견도 있는데 터무니없는 견해다. 다음 주 정도면 이번 사태는 다소 누그러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 생활방역 전환 시기 너무 빨라 사회적 혼선 빚어져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

이번 사태에 대해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생활방역 전환이 너무 조급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이 때문에 생활방역에 필요한 사전준비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정부는 생활방역에 대한 지침만 만들었지 해당 지침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여유를 두지 않고 너무 신속하게 방역을 완화했다"며 "혼란을 거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된 사고다"라고 말했다.
 
특히 엄중식 교수는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은 방역대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정책 발표만으로 국민적 방심을 유발할 수 있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는 논리다.
 
그는 "정부 방역이 완화됐다는 발표만으로 국민들은 이제 괜찮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클럽을 포함한 극장, 미술관 등 공간에 시민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무조건 국민 탓만 할 것이 아니다. 이번 방역 완화 정책만 보면 정부가 깊이 있는 판단을 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응책으로 그는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휴가 등을 도입해 유증상자들을 적극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도움이 된다고 봤다. 반면 마스크 등 강제화 조치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고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대책도 그 자체로만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여당 측에서 노동자들이 아픈대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휴가 등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격리를 추진하는 방안을 주장하는데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반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청 승격만으로는 실질적 권한을 기대하기 힘들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이 따라와야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강제화 등 패널티 제도에 대해 그는 "역사적으로 전염병을 패널티를 통해 해결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과 조직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수반돼야 방역효과가 발휘된다. 아예 중국처럼 지역을 강제로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스크 강제화 등 조치는 큰 실효가 없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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