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른바 한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법(비방)에 예산을 투입해 검증한 후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는 등 공용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한약, 한방의료기술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산업화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은 21일 "한방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한의약기술, 이른바 '비방'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한의사 전체가 공용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위 '한의약치료기술 공공자원화 사업'은 한의사가 사업단에 자신의 비방에 대한 신청서를 내면 개원의 패널에서 검토한 후 예비선정하고, 증례보고서 작성 및 논문게재 지원비로 최대 3천만원을 지원한다.
또 최종 선정된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 신청 지원비(3년 최대 9억원), 의약품의 경우 비임상ㆍ임상연구(3년 최대 12억원) 및 특허출원 등 맞춤형 지원을 하게 된다.
한의학은 이른바 '비방'으로 불리는 독자적인 한의약기술이 존재하지만 의료기관별, 의료인별 진료방법이 상이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한의약 기술을 표준화·과학화해 제도권으로 진입시켜 한의계 전체의 공용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신청 대상은 ▲다년간의 임상 적용으로 효능이 기대되는 새로운 조합의 한약 ▲침, 뜸, 부황 등 기존 한의기술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한의 의료기술 ▲고서의 근거가 있으나 다년간의 임상적용을 토대로 가감처방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적응증 이외 다른 질환에 효능이 기대되는 한약 ▲기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한의의료기술 및 처방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우선 전문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비방을 갖고 있는 개원 한의사 패널들이 예비선정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뿐만 아니라 의약품 수준의 검증 절차를 거칠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왜 극히 제한적인, 그것도 한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한 비방에 대해서만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널리 쓰이고 있는 한방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해 솎아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한의사들은 침이나 뜸, 한약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외 논문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대중적인 한방 치료법부터 검증하는 것이지 새로운 치료법을 발굴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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