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배덕수)는 한의계가 한방 난임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의학은 과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는 13일 한방 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현재 일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방 난임치료비를 지원하고 있고, 한의계는 한방 난임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한의사협회는 부산시한의사회가 2015년 3월부터 8개월간 44세 이하의 난임 여성 219명을 대상으로 한 한방 난임치료 결과를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산시한의사회가 지정한 한의원들은 난임 여성들에게 15일분 한약을 총 6회(3개월 분) 투여하고, 한약투여 기간 중 주 2회, 투여후 격주로 1회 침치료를 했다.
그 결과 219명의 난임여성 중 47명이 임신해 21.5%의 높은 임신성공률을 기록했다는 게 부산시한의사회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부산시한의사회는 "사회적 비용을 비교했을 때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인공수정 시술과 체외수정 시술 등으로 약 1200만원 전후의 비용이 들지만 한방은 그 절반인 58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산시한의사회 오세형 회장은 "한방 난임치료 유익성 및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유익하다는 평가가 96%, 만족한다는 답변이 87.3%에 달했다"면서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특정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건강상 이득이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효과가 불분명한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보험재정을 악화시키고,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해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산부인과학회는 부산시한의사회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의학적 근거 측면에서 한방 난임치료 연구들을 살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매우 많다"고 단언했다.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국내 연구 대부분이 단순한 기술연구, 잘 계획되지 않은 코호트 내지 환자-대조군 연구에 그칠 뿐 무작위 대조 연구나 메타분석, 계통적 문헌고찰과 같이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가 드물다는 게 산부인과학회의 평가다.
산부인과학회는 "치료방법, 치료횟수 및 치료기간 등 연구방법론적 측면에서 통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후향적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회는 "한방 난임치료는 기본적으로 한약과 침구치료 이외에도 뜸과 같은 물리치료 등 한의원에서 시행 가능한 치료를 모두 포함하고, 대부분의 연구가 이런 치료 방법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했는지 기술이 모호하며, 치료 횟수 및 기간에 대한 언급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각각의 한의원에서 어떤 성분의 한약재를 얼마나 투여했는지 기재하지 않고, 복용 기간과 용법 역시 불분명하다.
산부인과학회는 "한의원마다 난임치료를 위한 한약 성분, 복용기간, 침과 뜸 치료요법이 다르고,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치료 결과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치료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방 난임치료가 임신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고, 산과적으로도 안전한 치료라는 사실을 무작위 대조 연구나 메타분석, 계통적 문헌고찰과 같이 잘 계획되고 수행된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하라는 것이다.
또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표준적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 환자에서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진료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다면 비로소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게 산부인과학회의 입장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의학적 난임치료가 내년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한방치료에도 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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