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5.05 19:03최종 업데이트 25.05.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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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 “불확실한 국제 정세, 계몽된 자기 이익이 더 큰 손실 막는다”

[특별인터뷰] “의정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건 환자…정부-의료계 대화로 해결하길”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제 정세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불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은 ‘계몽된 자기 이익’ 취지를 강조했다.

오 이사장은 어린이날을 기념한 세이브더칠드런 특별인터뷰를 통해 “국제적으로는 계몽된 자기 이익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모든 국가는 자국을 위해 활동하고 자국을 위한 정책을 하지만, 그것이 당장 자국에 돈이 들어오는 것만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평소 국제 사회의 원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이사장은 국내 의정갈등에 대해서도 “이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보호받으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에 큰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화합의 중요성을 주문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을 주체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100년의 역사를 지닌 NGO 단체다. 현재 6개 대륙 114개 국가에서 지역 NGO, 정부, 지역주민 등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아동권리 침해 원인을 파악해 인도적 지원과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활동영역은 생존, 보호, 교육, 권리옹호, 긴급구호 등 5가지로, 무엇보다 종교, 인종, 국가,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아동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오준 이사장은 서울대 인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데 이어 미국 스탠포드 대학 국제정책학 석사를 수료했다. 외무고시 12회 합격해 외무부에 입문한 다음 주 유엔 대사, 주 싱가포르 대사, 다자외교실장 및 조정관을 맡았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 홍보대사,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RSIS) 방문교수,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KDI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맡은 바 있다.
 
다음은 오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께선 2018년 7월부터 이사장직을 맡아 올해 7월이면 만 7년이 된다. 기억에 남는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해달라.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NGO라고 소개할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에글렌타인 젭이 1차 세계대전에서 고통받는 아동들을 보고, 아동은 인류의 미래임으로 국적이나 종교와 무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립했다. 106년이 지난 오늘까지 계속 NGO 비정부기구로 남아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NGO라고 말할 수 있다. 국적과 종교를 초월해 아동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이사장직을 맡은 후(3년씩 3번 총 9년 가능),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예산만 봐도 제가 맡았을 때 1년에 600억 원 정도였는데, 2023년 1000억 원으로 70% 증가했다.

규모뿐 아니라 하는 일에 있어서도 성장을 했다. 특히 2019년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세계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해 30개국의 세이브더칠드런이 모였다.

국내 활동으로는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지난 5~6년 사이에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자녀의 체벌이 허용되는 것처럼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민법 제915조, 일명 징계권 조항의 삭제를 위해 힘썼다.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도입한 성과도 있었다. 과거에는 부모가 신고해야만 출생이 인정됐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자동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부모에게만 맡겨진 출생신고 제도의 공백을 보완해, 태어난 모든 아동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 이사로 선임됐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또 현재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재 30개국에 조직이 있으며, 114개국에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모금을 하고 사업도 시행하다 보니 전 세계 사업의 전략 수립과 글로벌 캠페인을 운영 총괄하는 국제 연맹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위스 제네바에 국제연맹이 만들어졌다. 현재 국제연맹 이사 17명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임기를 수행하기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 연장하지 않다가 다시 선거를 통해 이사가 됐다.
 
30개국에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중 한국은 규모 면에서 볼 때 8위로 굉장히 큰 편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크고 일본보다도 크다.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 등으로 인한 아동 보건 관련 국제 사회 이슈가 있다. 현재 아동 보건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아동권리 협약에 따르면 아동이 가진 권리 4대 권리가 있다. 생존, 보호, 발전 교육, 참여의 원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개발도상국은 아동의 생존과 보호의 권리를 실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아직도 개도국의 유아사망률이 높다. 매년 500만~600만 명의 아동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개도국에서는 백신 접종 부족과 영양실조가 가장 큰 문제이며, 생존 자체가 중요한 과제다. 특히 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많은 아동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사망했고, 생존한 아동조차 심각한 기아 위기에 처해있다.
 
반면, 한국에서의 아동건강에서는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도하는 아동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거의 꼴찌 수준이다. 지나친 교육 경쟁과 학업 부담으로 아이들이 놀거나 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가진 권리 중 하나로 놀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놀거나 쉴 권리가 있다고 나와있지만 우리는 그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아동·청소년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35개국 중 31위를 차지했으며, OECD 22개국 중 주관적 행복도는 꼴찌였다. 이와 함께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한국 사회가 지나친 경쟁 환경으로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청소년 사망률, 노인 자살률, 종합 자살률이 세계 1위다.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나친 경쟁 환경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기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모금이 어려울 것 같다. 해결 방안이 따로 있나.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정부와 개인의 기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경기와 불확실성은 문제지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한국 사회에는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연대 정신이 있다.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인 예시다. 우리 민족 특유의 사회정신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정갈등으로 의료 대란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아동 보건에 미치는 영향은?
 

의정갈등 이전부터 소아과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아동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아 사망률이나 아동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기성세대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의 의대정원이 필요한지 정부와 의료인, 전문가들이 진지하게 협의해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의료계는 저항만 하면서 대립만 심화하고 있다. 어른들의 갈등으로 아동의 생존, 보호 등의 4대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다. 이를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보호받으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에 큰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끝으로 메디게이트뉴스 의사 및 의료 전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분들은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다음 세대의 희망인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린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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