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공동기획]⑨ 유튜브 첫 수익금 시작으로 기부·봉사 이어가…기부는 '나에게 주는 상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오진승 디에프(DF)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기부 활동은 '자신에게 주는 상장'과 같다.
처음엔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그렇게 시작했던 기부와 봉사 활동은 오히려 오 원장 자신에게 돌아와 삶의 큰 원동력이 됐다.
결국 타인을 돕고자 시작했던 기부가 다시 지친 자신을 칭찬하고 '그래도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하는 자부심으로 연결된 것이다.
"어린 시절엔 좋은 성적을 내거나 선행을 베풀면 상장을 받을 수 있지만 어른들에겐 더 이상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는 상장 같은 것들이 남아 있지 않다. 결국 스스로에게 상장을 줘야 하는데 기부는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상장이 될 수 있다."
유튜브 활동하며 느꼈던 '번아웃'…내려놓으며 비우니 비로소 보였던 것들
오진승 원장은 유튜브 활동을 하며 처음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28만 구독자를 보유한 '닥터프렌즈'를 2명의 의사 동료들과 함께 운영 중이다. 소재는 의학 관련 정보를 대중 입장에서 손쉽게 전달하는 것부터 최근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 등 다소 다루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까지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오 원장은 "유튜브는 의학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어렵지 않게 쉽기 풀어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건강 관련 문제 뿐 아니라 최근엔 의대증원 등 정치적 이슈도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다뤘다. 구독자들 중에선 '공격당할 수 있으니 정책적인 부분은 제외하자'는 의견도 있다. 우리를 정말 생각해주시는 감사한 견해다. 다만 의사로서 의료 정책적인 부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원의로서 진료 이외 유튜버로 콘텐츠 제작, 기획, 강연,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힘들었던 적이 많다. 쉬지 않고 너무 많은 일하다 보니 '번아웃'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오 원장은 '내려놓음'을 배웠다. 삶의 균형을 찾고 마음을 비운 것이다. 오히려 덜어내니 비로소 주변이 보였다. 그때부터 기부와 봉사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번아웃도 겪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삶의 저울질을 하는 법을 배웠다. 그때부터 지속가능한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욕심 때문에 놓지 못했던 여러 가지 중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방법을 체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립준비 아동에 대한 관심이 세이브더칠드런 기부로 이어져
유튜브 첫 수익금으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오 원장은 모교인 고대안암·구로병원, 유니세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2023년부턴 성가복지병원 무료진료 봉사도 매달 진행 중이다.
그가 '세이브더칠드런'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동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연 때문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진승 원장은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여러 방면에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결국 홍보 대사인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개를 통해 세이브더칠드런 기부를 시작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 아동을 위한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오 원장은 "항상 아이들, 자라나는 청소년들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최근엔 자립준비 아동, 청년 이슈가 눈에 띄었다. 성인이 되면서 여러 지원이 끊기고 이들은 성공적으로 사회에 자립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들을 돕고 싶어 세이브더칠드런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기부액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군가 나를 돕고 있다는 연대감이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누군가 나의 인생을 응원하고 돕고 있다는 감정이 앞으로 삶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일수록 사회적 고립감이 크다"고 전했다.
기부·봉사 통해 겸손과 사랑 배워…사회적 약자 위한 '지지체계' 중요
기부와 봉사는 오진승 원장의 삶을 바꿔놓았다. 나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지난 날들은 '한없는 겸손'으로, '끝없는 사랑'으로 변했다.
또한 홀로 사는 노인, 거리의 노숙자들, 출소 후 방황하는 이들, 연고가 없는 외국인 등을 직접 대면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지지체계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오 원장은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이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런 분들은 기댈 곳이 없고 지지체계가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좀 더 빨리 도움을 드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또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 속에서 감사함을 배운다. 그럴 때마다 한 없이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연대감이나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지지체계 자체가 무너지면서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혼, 1인가구,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기부와 봉사는 이런 대안을 위한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오 원장은 기부를 하고 싶지만 막상 하기 꺼리는 주변 의사 동료들에게도 꼭 기부와 봉사를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그와 함께 봉사 활동을 하는 주변 선·후배 의사들도 더러 된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기부나 봉사를 거창하게 생각하다 보면 허들이 높아지고 시작하기 힘들다. 1만~2만원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직은 자신의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사회적인 선한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꼭 상장을 주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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