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공동기획]⑧기부하는 치과의사 곽영훈 원장…“기부의 긍정적 가치 인정하는 사회 되길”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라북도 전주 프라임치과의원 곽영훈 원장은 기부를 통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느꼈다. 혹자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곽 원장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끼며 마음의 풍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어려서부터 본가의 동 주민센터에 20년 넘게 기부를 이어온 신원 미상의 기부자인 ‘얼굴 없는 천사’를 바로 옆에서 보며 자랐던 그는 항상 마음 속에 나누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시작이 어려웠다.
작은 규모의 후원으로 시작한 곽 원장은 어떤 계기를 통해 기부에 대한 마음을 결심했고, 5년째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해 지역사회 봉사 활동 등 꾸준히 다양한 기부와 봉사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었다.
‘돈’의 가치에 대한 고민…나만이 아닌 타인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 시작
곽 원장이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
기존에도 ‘돈’의 가치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던 곽 원장은 지난 2019년 원하던 비싼 차를 산 이후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차를 샀는데, 갖고 싶은 걸 갖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내가 번 돈이지만, 그 돈을 나만을 위해 온전히 쓰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남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부에 대한 마음이 들게 된 계기를 말했다.
곽 원장은 “평소에도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고 돈을 쓸 때, 내가 쓰는 돈이 가치있게 쓰이고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좋은 자리에서 내가 좋아서 쓰는 돈이지만, 겨우 그날 하루 기분 좋자고 쓰는 돈이지 않나. 똑같은 돈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식사 한끼 값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구나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렇게 돈의 가치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던 속에, 새 차를 뽑은 것을 계기로 곽 원장은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치과의 환자로 오시는 동네 교회 장로에게 지역사회를 위해 써주십사 기부금을 드렸다.
그는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기부를 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알려지는 게 민망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로에게 부탁드려서 이왕이면 제가 사는 가까운 동네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써달라고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곽 원장은 2년간 지역사회에 기부를 실시했고, 그 이후에는 이왕이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세이브더칠드런을 찾았다.
곽 원장은 “아이들은 미래의 꿈나무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형편에서 커나가는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주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잘 커나가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에 전주시에 있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부를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여유 있어야 하는 기부?…“기부하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 찾아와”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기부에 대한 물꼬를 트게 된 곽 원장은 기부를 통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적은 금액이라도 할 수 있는데, 뭔가 기부를 할 거면 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도 조금씩 정기 후원은 했지만, 보다 의미 있는 기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계기로 제 기준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한 번 기부하고 나니 그 이후에는 기부가 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정말 신기한게 기부를 하고나서 마음이 훨씬 여유가 생겼다, 과거에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하면, 기부를 통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사회에 더 관심이 커졌다”며 “저는 어렸을 때도 어렵게 자랐고, 지금도 크게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누구 보다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면서 제 자신이 뿌듯하고, 내 모습이 만족스럽게 느껴지다보니 기분도 좋아졌다.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만족감이 마음의 여유를 주더라”고 기부를 통해 변한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이에 곽 원장은 진료를 하면서 만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전주시 기관과 협력해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명의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며 “그렇다 보니 몰래 기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기부를 하면 이렇게 기분이 좋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밝히고 그에 대해 함께 응원하는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역시 기부를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기분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한번 시작해 보면 기부의 좋은 점에 빠질 것…“기부의 긍정적 가치 인정하는 사회 되길”
본인 역시 기부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 시간이 걸린 만큼, 곽 원장은 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개인적인 고민이 누구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망설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해볼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정말 적은 금액이라도 시작하길 권한다. 일단 해보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시작하면 기부의 좋은 점 때문에 의무감이 아니라 당연하게 계속하게 된다”며 “저처럼 ‘돈의 가치’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적은 금액처럼 일단 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기부는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특정한 사람에게 기부를 하는 것도 좋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가서 정말 잘 쓰이는 것을 보면 기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분명히 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기부에서 시작한 곽 원장의 사회에 대한 나눔의 마음은 재능 기부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전주시 치과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 봉사회, 전라북도 치과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 해외 봉사단, 전주시 사회인 봉사단에도 소속돼 다양한 봉사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곽 원장은 “사실 물리적인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것은 자주 못 하고, 금전적인 기부를 더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봉사회에 소속돼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곽 원장은 “우리나라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기부를 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사회가 굉장히 어렵고, 안 좋은 소식도 정말 많은데 기부 문화를 더욱 부흥시키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려면 기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꾸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에 대한 소식이 들리면 칭찬을 많이 해주고, 그들이 또 더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사회가 점점 더 삭막해지고,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앞으로 기부가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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