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 젊은의사네트워크(JDN) 창립자 로렌스 로 교수 "의사 숫자만으로 의료접근성 문제 해결 못해"
[인터뷰] 환자교육 강화·화상진료·디지털 솔루션·AI 통합 등 대안 찾아야…단기간 많은 의대증원이 의학교육 위기 초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토론토대 공공보건대학(Dalla Lana School of Public Health at the University of Toronto)로렌스 로(Lawrence Loh, MD) 교수가 한국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의료 인력 숫자만으론 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로렌스 로 교수는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Jounior Doctors Network; JDN) 창립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정책 오피니언 리더다.
로렌스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에서 의료접근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의료 인력 숫자로만 해결할 수 없다. 다른 국가에서도 숫자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진 않는다"며 "예를들어 인력 숫자 대신 의료데이터 중앙 집권화나 팀 기반 치료·화상진료 등 새로운 의료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환자 교육 강화, 병원과 지역사회 연계, 디지털 솔루션, 인공지능(AI) 통합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도 비슷한 문제로 의대 신설 등 쟁점이 있지만 모든 종류의 정책은 정책 변경의 타당성, 구현 가능성, 재정 지원 명확성 등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캐나다에선 의료계가 은퇴한 의사 인력 연계 등 단기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등 정부와 협의하며 정책 결정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 인력이 단기간에 늘어나는 것은 의학교육 역량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로렌스 교수의 견해다. 그는 의료 인력의 위기를 해결하려다 도리어 '교육 인력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대생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학 교육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육 역량이 효과적으로 늘어나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교육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 큰 부담만 초래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때,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학교육 환경과 커리큘럼 변화로 인한 의학 교육 성취도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렌스 교수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전공의들이 사직하게 된 이유에 대한 깊은 고찰 역시 수반돼야 하다고 봤다. 단순히 의대증원 문제 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 환경에도 여러 문제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전공의들의 사직은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의대증원 문제 뿐 아니라) 그동안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 의료계 시스템과 조직 문화 등 더 광범위한 문제가 내포돼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북미 전공의 수련 환경과 달리 한국에선 전공의 수련을 위한 교육은 무보수 노동에 가깝다. 특히 (의대생이 늘어나 향후 저년차 전공의가 한 번에 늘어나면) 향후 전공의 수련과 교육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에 대한 정당한 급여 지급, 교육에 따른 작업량 감소 등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가 함께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로렌스 교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젊은 의사들에게 '젊은의사들이 하나로 뭉쳐 협력하면 더 나은 의료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로렌스 교수는 "젊은의사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의료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나는 여러분이 굳건함을 유지하고 서로 협력해 계속 여러분의 이야기를 전했으면 한다. 리더십을 공유하고 여러분의 노력으로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은 (의료의) 미래다"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한 한국 정부를 향해 "협의가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문제점이 1차의료 소외나 진료를 제때 받기 어려운 의료 접근성 관련 사항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다시 강조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인력) 숫자만으로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