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신임 비대위원장 일성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정부 태도 변화 없이 협상도 없다"
전공의들 돌아올 수 있는 의료환경 만들고 이번 사태 책임자 문책해야…의료계 시한폭탄 설치 멈춰달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이 18일 현 지역·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시장실패'의 산물이지만 정부가 이를 의사의 이기심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책임자 문책 등 정부의 신뢰 회복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해야 의료계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조치가 없는 한 어떤 협상과 대화도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의정대화 가능성의 문을 닫았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2025년 의대정원 증원 저지가 향후 비대위 목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의협 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의협과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했다. 여기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협과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속아 2024년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운을 뗐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정부는 협의의 외피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 그 외피를 이용해 국민에게 의협을 불통 집단으로 전달했다"며 "이에 대해 정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협의라는 것을 이렇게 악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달라. 의사인력 추계는 어떤 가정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 공급과잉이 초래될 것이라는 연구들은 쏙 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의사들을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는 불통집단으로 전달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의정 협상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공개했다. 박 위원장은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며 "앞서 언급한 의료현안협의체가 실제 사례다. 윤 대통령이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먼저 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가기 위해선 수련 과정에서 합당한 보호가 있어야 하고 수련 후 미래가 보여야 한다. 정부는 의료소송 위험 등에 대해 개선한다고 하지만 흉내만 낼 뿐이다. 전공의들이 가혹한 수련 환경을 견디고 전문의가 된 후 받는 건강보험 수가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전공의 수련을 받든, 받지 않든 건보 수가는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이 제일 먼저 잘못했다고 비난했다. 현 지역·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시장실패이지만 정부가 이를 의사의 이기심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만일 어떤 대기업에 경영 위기가 왔는데 경영진이 그 책임을 6개월 전 사직한 인턴사원들에게 돌린다면 그것은 매우 이상한 것"이라며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대위가 정부에게 바라는 요청사항에 대해 박 위원장은 "양자 사이에 합의하지 못하면 제3자의 전문가들의 객관적 판단을 구해보자는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가면 되는 일 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정부는 이런 상식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제 결자해지해야 된다. 정부는 의료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추길 바란다. 또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박형욱 위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대화를 위해 제거해야 하는 시한폭탄이란 무엇을 말하나.
-시한폭탄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지방의료는 파탄 상황이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정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영위기를 겪는 지역병원들이 여러 곳 있다. 또한 내년이 되면 신규 의사들이 배출되지 않는다. 이는 군의관, 공보의, 전문의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향후 10년 이상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다. 의과대학들도 교육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사람을 살리는 의대교육에 온라인 교육은 피해야 할 일이다. 특히 몇년 뒤 해부학, 생리학 실습이 시작될텐데 교수 요원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이런 것들이 모두 시한폭탄이다.
Q. 언급한 선결조건들이 해결되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나. 아니면 새로운 협의기구가 필요한가.
-이 문제는 비대위원들과 논의해야 한다.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현재 여야의정협의체의 상황을 보면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Q. 전공의들이 2025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입장도 같은가.
-이 역시 비대위원들과 모여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은 이미 상당히 늦었다. 의대교육은 파행됐고 이 후유증은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의료계가 섣불리 합의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이 정권은 10년 이상 가지 않는다. 고작 2~2년 뒤에 다들 물러난다. 그러나 현장의 학생, 교수들은 계속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증원을 찬성할 수 없다.
Q. 입학 정원 조정, 입학 정지 등 향후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
-그건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 사태를 만든 당사자가 교육부인데 해결책을 의료계에 묻는 것은 맞지 않다.
Q. 여야의정협의체에서 비대위의 참여를 위해 연락을 한다고 했다. 혹시 연락을 받은 것이 있나.
-아직 연락 받은 것은 없다. 다만 문제해결을 위해 정치권, 시민사회 인사들을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해야할 일이다.
Q. 비대위 의결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 기본적으로 회의체는 과반으로 의결을 하게 된다. 다만 개원의들이 집단행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투쟁을 강요할 순 없다. 당사자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 의결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무리한 결정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Q. 향후 강경한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나.
-대의원회 임총에서 비대위 활동을 무기한이 아닌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라고 정했다. 여기엔 여러 뜻이 있을 것이다. 향후 신중히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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