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09 00:11최종 업데이트 21.09.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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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민주당이 수년간 주장하던 입증책임 전환"…홍준표 후보 주장에 분노한 의료계

"CCTV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 의료체계 자체가 불가"...의협도 뒤늦게 유감 입장 표명

사진=홍준표 대선예비후보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대신 "의료과실 입증 책임을 전환하자"는 주장을 내놔 의료계 내 공분을 사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8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을 찾아 이필수 의협 회장 등 집행부와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문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나왔다. 이날 홍 후보는 "수술실 CCTV 설치법 대신 현재 제도에서 입증 책임만 (환자에서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는 정도의 조항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증책임의 전환이란 소송법의 일반원칙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의 경우에 입법적으로 예외의 경우를 두는 것을 말한다. 소를 제기하는 자가 아닌 소를 당한 자가 위법행위나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홍 후보의 발언은 수술실 CCTV가 환자와 의사간 의료분쟁 과정에서 입증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현재 피해자 측이 의료과실과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 제도를 바꿔 의료기관이 주의의무 위반 사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주장은 수 년전부터 환자단체 등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던 내용이다. 
 
입증책임 전환 주장에 대해 의협을 비롯해 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모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입증책임을 전환할 경우 오히려 방어진료가 가속화되고 의료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이번 홍준표 후보의 발언에 의협이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와의 향후 정책적 협약을 약속하는 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의협의 주장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에 대해 의협 집행부도 간담회 현장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는 수술실 CCTV 문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며 "진료행위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모두 의사에게 입증하고 책임지라고 한다면 의료체계 자체가 돌아갈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협이 홍준표 후보의 주장을 대놓고 광고해주는 격"이라며 "서로 사전에 발언에 대한 논의없이 간담회가 진행된 듯하다. 의협 집행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입증책임 전환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다"라며 "의협이 홍준표 후보의 방문에 앞서 사전에 문제의 발언을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와 당시 의협이 어떻게 반론을 제시했는지 궁금해진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오전 진행된 간담회 현장에서는 별다른 이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홍 예비후보 발언에 대한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입증책임의 주체를 의사로 전환할 경우 어려운 진료를 기피하고,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켜 새로운 의술의 적용을 기피하는 등 방어 진료를 조장하게 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의사가 모든 진단과 처치, 수술 과정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아무리 안전하다고 알려진 시술이나 수술도 확률적으로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모두 의사가 입증하려면 의료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해당 발언은) 해결책이라기 보다 지금 상황에서 기름을 더 붓는 격이라고 본다"라며 "특히 다른 나라에서도 사실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부과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입증책임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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