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04 10:34최종 업데이트 20.11.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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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약사가 의약품 조제해도 비약사가 약국 개설 주도했다면 위법”

약사-비약사 동업 관계서 누가 개설 주도했는지 법원이 판단해야…형사처벌 수위도 정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약사가 약국 개설등록과 의약품 조제를 담당하더라도 비약사가 약국 개설비용을 부담하는 형식의 동업은 현행 약사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약사법 제20조(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와 이에 대한 벌칙 조항인 제93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현행 약사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구인인 약사 A씨는 비약사인 B씨에게 고용돼 급여를 받기로 하고 약국 개설등록을 했다. 이후 B씨는 A씨를 비롯해 약국 직원의 채용과 관리, 급여지급, 자금관리 등을 책임졌고 A씨는 의약품 조제와 판매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약국을 운영하던 중 약사법 제20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게 됐다. 이에 A씨는 약사법 제20조와 제9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결국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게 됐다.
 
A씨는 약사가 약국 개설등록과 의약품 조제, 판매를 담당한다면 비약사와 약국 개설비용을 부담하는 등 동업을 한다고 해서 이를 모두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해당 법규에 대한 처벌 수위가 형사처벌로 정해져 있어 과도하다는 점에서 직업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 판결은 달랐다. 헌재는 법원이 동업 관계의 내용과 실제 약국의 개설에 관여한 정도 등을 종합해 누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약국 개설 업무를 처리해 왔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개설이란 약국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약사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원이 개설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을 따져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는 의약품 오남용과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다"라며 "또한 건전한 의약품 유통체계와 판매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약사가 약국의 운영을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법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예외 사항도 명시했다.
 
헌재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약사가 다른 약사 명의의 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약국에서 개설등록 명의인인 약사에 의해 의약품 조제·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경우라면 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직업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비약사의 약국 개설은 엄격한 법 집행과 자율적인 정화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근절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행정질서벌 등 보다 완화된 제재수단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택하였다고 하여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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