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이민자, 난민 등의 인구 증가로 건강보험의 혜택만 누린 채 보험료를 체납하는 이른바 '먹튀'가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자격취득 및 탈퇴가 용이한 가입기준, 보험료 부과·징수의 불공평성, 미흡한 자격관리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이를 강화하거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정면 부연구위원은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건강보장 이슈앤뷰(ISSUE&VIEW)' 3월호에서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개선내용과 향후과제를 제시했다.
국내 외국인의 증가로 건강보험 및 의료이용 문제 화두 떠올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가입자가 급증했다.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가입자 수는 국내 장기체류 중인 등록외국인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은 2013년에 130만명에서 2017년에 164만명으로 26.4% 증가했지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2013년 64만명에서 2017년 91만명으로 무려 42.7%가 증가했다.
특히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5년 대비 2017년 증가율을 비교하면, 외국인 증가율은 6.7%인데 비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증가율은 13.8%로 나타났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증가율에서 지역가가입자 증가율은 29.9%로 직장가입자 증가율인 8.1%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 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고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이 알려진 데다가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보험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고액진료 목적의 단발성 자격취득과 진료 후 고의체납으로 인한 자격 상실 등 일부 외국인의 부적절한 건강보험 가입 및 의료이용 행태가 사회적인 논쟁으로 떠오른 것이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외국인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건강보험 적용에서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입기준, 보험료 부과, 관리기준 등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주요 정책 과제라고 밝혔다.
외국인 가입자에 관련된 규정 미흡한 현재 보험제도의 한계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데 따르는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자격취득 및 탈퇴가 용이한 가입기준, 보험료 부과·징수의 불공평성, 미흡한 자격관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의 가입기준은 자격취득과 탈퇴가 용이하다. 외국인 직장가입자를 제외한 피부양자 등록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제도 가입이 쉽다. 건강보험 가입자격은 1개월 이상 출국하거나 보험료를 체남할 경우에 상실되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고액 진료와 약 처방만 받고 고의로 자격을 상실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외국인 피부양자의 건강보험 자격취득 요건 중에는 체류기간 요건 자체가 없다. 또 결혼과 유학을 제외한 지역가입자의 가입 요건은 최소 체류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진료목적의 건강보험 가입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만성 중증질환자가 보험급여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료 부과 및 징수도 내국인과 형평성에 맞게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에 대한 본국의 소득, 재산, 가족관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외국인의 경우에 국내에서 확인된 소득과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역가입자 세대원 추가시 적정 보험료 부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외국민 및 재외국민에게도 내국인에 준하는 세대합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료 부담 없이 급여만 받는 무임승차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보험료 부과방식이 매우 복잡해 체류자격에 따라 소득이나 재산이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생기도 있다.
자격관리 또한 미흡하다. 가족관계 증빙서류 등 외국 공문서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 없고 국가별로 가족관계 증빙서류가 달라, 보험 가입 자격을 관리하기 위한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첫째, 체류기간 만료 및 출국 등 정보가 건강보험 관리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사용자 미신고 등으로 인해 자격상실 처리가 늦어져 건강보험 자격상실자가 진료를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둘째, 보험료를 체납해도 소득 및 재산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체납처분, 체류기간(비자) 연장 제한 등의 별도의 제재조치가 있지만 있으나마나한 상황이다.
자격관리 강화 등으로 내국인과 형평성 맞추는 방향으로 개선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의 한계는 어떻게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법무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의을 거쳐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개선안의 내용은 가입기준 정비,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징수, 자격관리 강화 등이 큰 줄기다. 개선안에는 지역가입자로 가입하기 위한 최소 체류기간 연장, 방문동거(F-1)와 거주(F-2)인 외국인 및 재외국민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특례 적용 축소, 보험료 체납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 체납시 체류기간 연장을 제한하는 조치 등이 포함 됐다.
건강보험 가입기준은 보다 강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6일부터 입국한 지 6개월이 경과된 등록 외국인 중 직장가입자 및 피부양자를 제외한 외국인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당연가입하도록 변경했다. 그동안은 건강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었다. 다만, 외국의 법령 또는 보험 등으로 별도의 의료보장을 받을 경우에는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외국인의 건강보험 자격취득을 위한 최소 체류기간을 입국 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다. 그동안 최소 체류기간이 경과하자마자 자격을 취득해 고액진료를 받고 출국 또는 고의 체납을 통해 즉시 탈퇴하는 이른바 '먹튀'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역가입자의 세대합가 기준은 기존에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포함했던 내용을 가입자의 배우자 및 미성년자 자녀로 제한했다.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징수를 위한 개선안도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됐다. 정부는 외국인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에서 전체가입자 평균보험료로 변경했다. 소득 및 재산 파악이 어려워 보험료 부과가 어려웠던 외국인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공평하게 부과하기 위해서다.
건강보험료 부과 특례 적용대상도 축소했다. 영주(F-5)와 결혼이민(F-6)은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대상으로 유지하고, 국내 영주로 간주하기 어려운 방문동거(F-1)과 거주(F-2)는 기존 소득중심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올해부터 전년도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 선납 대상으로 변경 됐다.
건강보험 자격관리도 점차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법무부와 체납정보를 연계해 보험료 체납자의 체류기간 심사에 반영해 보험료 체납 시 체류기간 연장 등을 제한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또 정부는 올해 7월 16일부터 기존에 지역가입자 보험료 체납 시 보험 급여를 제한했던 사항을 선납보험료 미납 시 급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입은 계속 흑자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적자 상태에 있으며 적자 폭이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2017년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490억 흑자이고, 최근 5년간 수지는 1조 1000억 흑자 상태다. 하지만 같은 해 지역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051억 적자를 기록했고 최근 5년간 수지 또한 7000억 원 정도 적자다.
연구원은 향후 국내 체류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외국인 가입자, 특히 지역가입자의 자격관리와 재정적자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며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비중이 커지고 있으므로 내국인과 외국인 간 공평한 제도 적용이 중요하다고고 강조했다. 또 합리적인 자격기준, 공평한 보험료 부과·징수, 엄격한 자격 관리 하에 건강보험 자격을 합법적으로 취득한 외국인에게는 내국인과 차별 없는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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