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02 08:43최종 업데이트 20.09.02 08:59

제보

찬성을 넘어 한술 더 뜨는 시민단체들 "의대 입학정원 5000명으로 늘리고 전국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해야"

경실련, 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운수노조 등 공공의사 양성 토론회 "의료는 공공재, 민간의 시장논리에 맡겨선 안돼"

7월 3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주최 '공공의료 의사 토론회' 내용.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가 시민단체의 추천 등을 받아 공공의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예시를 들면서 '현대판 음서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논란이 되자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할 것이며, 학생 선발 기준은 공정성을 우선시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이 된 시민단체들은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찬성' 의견을 내는 것도 모자라 정부 발표보다 한 발 더 나간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의료를 하나의 '공공재'로 보고 전국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필요하며 공공의대를 통해 의사를 양성한 다음 공무원처럼 국가가 관리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심지어 의사수의 적정 정원은 현재보다 2000명이 많은 5000명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7월 31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공공의료 의사 토론회' 자료를 입수해 각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주장을 살펴봤다. 

이날 공동 주최한 시민단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건강세상네트워크·공공운수노조·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다.
입학정원 5000명이 적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그래프. 자료=경실련 김진현 교수 발표자료

경실련 "입학정원 5000명 이상이 적정...기존 의대 정원 100명으로 늘리고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간호대 교수)은 발제를 통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적어도 입학정원을 5000명 이상으로 정해야 중장기적으로 수급 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감염병 사태에서 의사인력의 적정 확보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의료산업 성장에 따라 임상은 물론 연구개발 등 비임상 분야 등 의사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기에 현재보다 의사의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여성의사 비율이 증가하며 인구고령화와 신종 감염병 확대가 계속되는 등 공급과 수요를 고려할 때 지금처럼 입학정원이 4000명 이하일 경우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공급부족 문제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입학정원이 5000명 이상이어야 중장기적으로 수급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며 "총량 증가 없이 지역간, 부문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의과대학의 소규모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늘리고 권역별 100~150명 규모의 공공의대(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국공립의대·공공의료기관 의사 늘려야 적정 진료와 필수 진료 의사인력 확보"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공공보건의료의 핵심 문제로 의사 부족을 지목하면서 특히 민간·영리가 아닌 공공 의사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 정책국장은 "의사의 절대 수 부족 보다는 지역별 의료불균형과 지역 의료격차가 문제"라며 "실제 2016년 권역별 병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서울 1.69명, 경북 0.52명이며, 치료가능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서울 강남구 29.6명, 경북 영양군 107.8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있는 지자체라 할지라도 의사가 부족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으며, 지난 2017년 기준 공공의료 분야 미충족 의사인력은 2000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지역의료원과 적십자병원) 필수 전문과목 미충족 의사인력 수요는 최대 225명, 보건의료원의 경우 최대 224명이다.

전 정책국장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의사가 확보되지 않은 의료취약지에 해당 전문의를 최소 1명씩만 배치하려고해도 공공의사가 약 260명 부족하다"면서 "심지어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해야 할 지역 공공의료원에도 전문의가 부족하며, 단적으로 국립목포병원에 격리병상만 있고 감염병 전문의가 없어 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 정책국장은 "이 같은 현실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와 간호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커졌다"며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확충과 함께 정부 책임 하에 국공립의과대학(공공의대)에서 공공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모델로 일본의 자치의대 모델을 참고대상으로 제시하면서,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기존의 국립의대 정원을 늘려 국가 책임으로 교육하고 공공의료기관에 의무복무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자치의과대학의 경우 1기에서 30기 졸업생(2958명) 중 98.5%(2914명)가 졸업 후 의무 이행을 마친 것으로 집계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립대학교와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의사를 늘리면 의료취약지 필수의료 역할보다는 의사 유인 의료수요를 창출하거나 무분별한 의료산업화에 활용되는 영리추구 의사 양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공립의과대학-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의사를 늘려야 지역에서 적정진료와 필수 진료를 할 의사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대 졸업생들이 일할 수 있는 지역공공의료기관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는 필수 공공재...세금으로 공부한 지역의사가 남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 확충 필요" 

공공운수노조 이동우 정책국장 역시 의료를 교육, 국방, 에너지 등 필수 공공재 성격으로 보고, 지역 의료격차 해소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이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전체 의사수, 의사수 및 의료자원의 지역별 편차, 진료권별 사망률의 격차 등 지역 의료격차의 문제는 이미 많은 보고서와 토론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대구, 경북 지역의 코로나 확산시기에 발생한 고 정유엽 군의 사망사건은 이미 예고된 의료공백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국장은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의료 취약지 문제로 인해 ‘K-의료’는 6000명 환자 발생에도 그 대응이 실패했다"면서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공공의대(정원 49명) 신설이나 의대정원 증원 계획 등은 정부의 코로나 대비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국장은 "코로나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의사 정원 확대가 아닌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다. 따라서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정책은 지역별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중환자 간호가 가능한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하는 대책이 같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등은 의무 복무 후 대도시로 이전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노조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및 국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인천 제2인천의료원 설립, 대전 대전의료원 또는 시립병원 설립, 광주 광주의료원 설립, 서부-경남 진주의료원 재개원, 제주 제주녹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 및 지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부산 침례병원 공공병원 전환, 울산 울산의료원 또는 건강보험병원 및 산재병원 설립, 대구 제2대구의료원 설립, 동산병원 공공병원 전환 등 공공의료기관 확충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공부한 의사가 졸업 후 지역에 남아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밝혔다.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70개 진료권에 1개 이상의 공공의료기관 설립, 농어촌 지역은 시군구 단위 추가 설립"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원용철 상임대표도 공공의료 의사 양성과 공공병원 확충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 상임대표는 "우리나라 의료는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시장논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으며,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적정의료 부재, 과잉진료, 의료비 증가, 의료체계 지역적 불균형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상임대표는 "이런 현실 속에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쏟아내는 공공보건의료 강화 대책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따라서 먼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전제로 해야만 코로나19 대책이든, 지역공공의사 양성이든 공공보건의료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상임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보건의료정책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70개 진료권에 최소한 1개 이상의 공공의료기관이 있어야 하며, 시장실패로 민간이 기피하는 농어촌지역은 시군구단위로 공공의료기관을 추가 설립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지역의사 역시 49명 정원의 공공의대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도조합연합회 "의사도 교사처럼 공무원으로 배치하고 시도단위로 순환근무"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경창수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모두 찬성하면서, 의사 배치 방식을 '교사'처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 회장은 "교육과 같이 의료도 전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다. 특히 응급의료, 필수의료 등이 전 국민에게 모두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며 "교대와 같이 공공의사를 양성할 의대를 따로 만들고, 교사 공무원처럼 의사를 배치해야 의료 관련 여러 현안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 취약지 수가 인센티브 등으로는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기 어렵다"면서 "의사도 교사와 같이 공무원으로 정해진 광역시도 단위에서 순환근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의사는 교사보다 복잡한 양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광역단위로 양성하고 시도단위로 운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