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생에게 대한의사협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이들의 법적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선거권 등 의결권한은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의정갈등 상황서 의대생 앞장서는데 의협 회원 자격 없어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개혁 태스크포스(TF)는 최근 4차 회의를 통해 의대생들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해당 안은 오는 4월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개혁TF를 통과한 이번 안건은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 후 대의원총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친다.
안은 의대생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만 명시하고 선거권, 대의원 선출, 회비 등 구체적 권리와 의무 사항은 세칙으로 추후 정하도록 했다. 이 때 세칙은 의협 집행부가 논의해 결정한다.
그동안 의료계는 2020년, 2024년 등 의정갈등 상황에 의대생들이 앞장서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의대생들이 아직 의사는 아니지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왔다.
실제로 의대생들이 의협 회원 자격이 없다 보니 공식 회의 참여나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발안자인 의협 박단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권은 주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권리다. 의료계의 구성원으로서 의대생들을 존중하기 위해 기본적인 권리부터 보장해야 한다"며 "이제 의협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회원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의협 회장 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의대생들의 법적 신분 확보와 의협 정관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정치 위한 정치적 포섭 가능성 있어 우려도
그러나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문제는 의료계 내 뜨거운 감자로,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해당 안은 지난해 7월 대의원회에서 논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선거권 부여나 회원에 따른 대의원 선출 등 자체가 민감한 문제인 데다, 의대생 준회원화가 단순히 내부 정치를 위한 정치적 포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사례 역시 의대생들의 의사단체 참여를 일부 보장하고 있긴 하지만 의결권은 제외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은 의대생 섹션(BMA Medical Students Committee, MSC)을 운영하며 협회 가입도 가능하도록 열어놨지만 의결권은 제한적이다. 독일 역시 학생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최종 의결권은 없다.
일본(Japan Medical Association, JMA)의 경우는 의대생이 아예 회원으로 등록할 수 없는 구조로, 현재 한국과 유사하다.
영국, 독일 등의 이 같은 구조는 의대생들이 의협 내부에 들어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의협의 의사결정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의대생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의대생 분과(Medical Student Section)를 대표하는 대의원과 교체대의원 이외에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대생 지역 대의원 혹은 교체대의원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회원 중 각 지역의 의대생 2000명당 1명꼴로 배분되며, 임기는 1년으로 제한된다.
준회원 자격 인정하되 의결권한은 제한 하는 방식 유력
한국 의사협회는 의대생들의 준회원 자격은 인정하지만 선거권 등은 당장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원 자격이 생기게 되면 의대생들의 회의 참석이나 의협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결국 안건 통과 과정의 쟁점은 민감한 선거권과 대의원 자격 부여 여부 등 사항을 일단 피하면서 의대생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의료 정책에 참여시킬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용선 개혁TF 대변인은 "세부 사항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선거권까지 부여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정회원 중에서도 회비 문제로 선거권이 없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준회원에게 바로 선거권까지 주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의원은 "의대생의 준회원화가 단순한 정치적 포섭이 아닌 정말 이들을 어떻게 의협 내부 정책 논의에 참여시키고 이를 보장하느냐가 핵심"이라며 "해외 사례를 고려해 한국 상황에 맞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 전인 사항으로 공식 입장을 내기 조심스럽다. 조만간 상임이사회에서 해당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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