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균 의정연 부원장 "필수의료정책 이후 대형병원 대부분 적자 예상…예산 지원 체감 안돼"
전공의 1명당 PA간호사 4명 필요, 병원 인건비 대폭 인상 예상…진료면허제는 전공의 착취 도구될 것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이 13일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이 대형병원 위주로 쏠릴 가능성이 높고 권역 거점, 국립대 중심의 재정 투입 예고 역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나마 지원되는 예산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것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석균 부원장은 이날 오전 대한개원의협의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정부 정책 중 특히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과 '진료(개원)면허제'에 주목했다.
전문의 중심병원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선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병원 적자가 대폭 늘어나고 젊은 의사들은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문 부원장 주장의 골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증·외래·검사를 대폭 줄이면서 중증환자에 집중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를 기능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1차 진료는 복합만성질환 관리에 중점을 두고 2차는 특정질환 전문, 3차는 중증, 응급, 희귀질환이 중심"이라며 "특히 대형병원들을 전문인력 중심으로 바꾸면서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위주로 가려고 한다. 이 와중에 전공의는 40%에서 20%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부원장은 "이 과정에서 중증 진료 중심으로 변경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적자로 돌아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향후 어떻게 의료 질 가산을 할 것인지 두고봐야 하지만, 적자 폭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을 상급종합병원에 5년에 걸쳐 2조원, 최종적으로 10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사립대 융자 등 의료계가 체감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고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대 시설 확충 등 지원도 포함돼 있다. 10조원 중 실제로 체감되는 예산 지원은 2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전공의 1인 업무를 위해선 PA 1명으로 턱 없이 부족하다. 4명 정도가 필요하다. 즉 간호사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라며 "향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병원들의 비용도 엄청 올라가게 된다. 간호사가 늘어나면서 인력 운영적인 문제도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적자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재정적 지원이 대형병원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 재정 지원 계획을 봐도 예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권역 거점, 국립대 중심의 재정 투입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도 화두"라고 말했다.
진료면허제 의무화도 현장에선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향후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인력 차취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석균 부원장은 "진료면허제는 전공의 착취와 의사 인력을 강력히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진료 역량의 주기적 검증으로 개원의에 대한 통제 역시 높아진다. 특히 의료취약지인 지역의료기관에서 무조건 2년을 근무해야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중보건의사가 줄어드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료면허제 대신 현재 인턴제도를 수정해 핵심 진료역량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수련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의사협회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며 "수가도 현실화하려면 상대가치점수를 다시 수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별로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준비 중인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대책과 관련해서도 "의료사고 배상보험·공제 활성화는 보험 가입을 전제로 특례 적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의사의 의무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도입을 검토 중인 의료기관안전공제회도 현대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과 역할이 중복돼 실익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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