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법원이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 천자를 지시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아산병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간호사의 골막 천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부정한 것으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대법원이 서울아산병원 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을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원심인 2심 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서울아산병원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아산병원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갔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0월 8일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숙련된 전문간호사의 골막 천자 행위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참고인으로 나선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골막 천자의 기준이 시술자의 '숙련도'라며 "숙련 간호사의 골막 천자가 환자에게 안전하다. 서울대병원도 숙련 간호사가 이를 전담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윤 교수는 "골막천자는 간단한 술기이기 때문에 간호사건 전문간호사건 누가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건 숙련도"라며 "피부부터 후상장골극 사이는 혈관도 많이 없어 골막천자 시 국소마취를 간호사가 해도 된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 역시 "골막천자 행위는 정맥 채혈이나 주사 행위와 다를 바 없는데, 정맥 주사는 간호사가 해도 합법인데 왜 골막천자는 간호사가 하면 불법인가?", "미국에서는 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는데, 왜 국내에서는 못하게 하는가?" 등과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러한 공개변론을 거쳐 결국 서울아산병원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사실상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당연히 유죄로 판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의료계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을 최초로 고발했던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선고 즉시 "의료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든 오판"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병의협은 보통 대법원은 2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과 피고 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전달받은 후 판결을 내리는데 느닷없이 공개변론을 진행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병의협은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으로 공개변론이 이루어진 것은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이 4번째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 측 변호인단과 참고인들은 마치 대법관들이 의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마음껏 법정을 기망했다"며 "그럼에도 만약 피고 측 주장이 합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수술도 숙련도가 중요하니 숙련된 PA나 기구 상이 해도 합법이 돼야 하고,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에 의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피부나 피하에 놓는 국소마취 주사는 모두 간호사가 하고 봉합도 해도 된다는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정맥 주사와 골막천자의 위험이 비슷하니 앞으로 골막천자 전에는 동의서도 안 받아도 될 것이며, 미국이나 유럽 간호사들이 하는 업무는 대한민국 간호사들도 아무런 검증도 없이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의료 파괴 현상이 진정 대법원이 바라는 결과인가?"라고 촌철살인했다.
특히 병의협 정재현 부회장은 공개변론 당시 검찰 측 참고인으로 출석, "골막천자가 거의 대학병원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한 피고 측 주장과 달리 현재 골막천자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2차 병원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2차병원은 대학병원만큼 의사 인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대법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할 수 있다고 판결해버리면 골막천자는 모두 제대로 숙련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는 간호사가 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할 심각한 의료사고와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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