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편)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 -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대표 김태순 사장 (2편) 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상무 (3편) 유전자 기반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 EDGC 이민섭 CTO 및 신상철 CEO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글로벌 공룡 마이크로소프트가 탐내고 구글이 긴장하는 한국 바이오 회사가 있다. 설립된 지 5년 된 신생 바이오 업체의 제품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17에서 자사 부스를 통해 소개했다.
이원의료재단의 임상진단 검사 노하우와 미국 바이오 기업 다이애그노믹스의 바이오인포매틱스
(BI) 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유전체 분석 회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이야기다.
EDGC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이용한 산전진단 검사와 선천성 유전성 암 검사에서 시작해 유전자미세배열(microarray)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 IT와 유전자를 융합한 DNA 앱을 내놨고, 나아가 액체생검과 장기이식 거부반응 모니터링을 개발 중이다.
유전체 시장은 미국에서만 이미 10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산업이 형성됐지만 한국은 주로 정부
R&D 과제 연구 위주로 발전해 이제 막 산업화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향후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은 DNA 정보를 기반으로 바뀔 것이라는 EDGC 신상철, 이민섭 공동대표를 만나 유전체 시장의 전망과 EDGC의 핵심 역량을 들었다.
글로벌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일루미나가 주도하는 유전체 분석 국제 컨소시엄(GSA)의 파트너사가 지난해 공개됐다.
구글이 투자한 23앤드미(23andme)와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등 굵직한 글로벌 파트너사들 가운데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EDGC가 이름을 올렸다.
동일한 배열을 사용해 2년간 100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거대 프로젝트에 EDGC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민섭 박사가 설립한 다이애그노믹스의 바이오인포매틱스(BI) 기술 덕이다.
이와 별개로 일루미나는 전세계에서 단 2곳을 BI 파트너로 선정했는데 하나는 하버드의대 유전학과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가 설립한 유전체 해독 및 분석회사 놈(Knome)이고 나머지 하나가 다이애그노믹스다.
신 대표는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raw data)를 생성하는 시퀀싱과 함께 BI라는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며 "일루미나가 전세계에서 유전체 분석을 가장 잘 하는 곳 중 하나로 다이애그노믹스를 꼽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박사도 이것이 바로 구글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라 전했다.
이런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EGDC는 3대 R&D 프로젝트로 DNA 앱과 액체생검, 장기이식 거부반응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정보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DNA 앱스토어는 MIT에서 발간하는 기술분석 잡지 '테크놀로지리뷰'가 지난해 선정한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다.
EDGC는 마이지놈박스라는 앱스토어를 통해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한 앱을 제공하는데 알츠하이머,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인슐린 민감성과 같이 질병과 관련된 부분은 물론 대머리가 될 확률, 선호하는 와인, 식탐 등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된 정보도 있다.
신 대표는 "DNA 앱은 무한정 만들 수 있는데 EDGC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앱을 만들고 있는 곳"이라면서 "현재 100개가 넘는 앱을 출시했고 내부 콘텐츠팀을 통해 매주 서너 개씩 계속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최초 공개했고 최근 중국 상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7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액체생검도 현재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박사는 "액체생검은 미국 유전체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로 그레일(Grail)이라는 스타트업 1개 회사가 무려 1조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을 정도"라며 "바이오 기업으로 그렇게 크게 투자를 받은 경우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액체생검은 혈액 속을 순환하는 종양 DNA(ctDNA)를 분리해 스크리닝하는 검사법으로 비침습적이고 조직 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 대표는 "암은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액체생검이 개발되면 정기검진을 받듯이 암 검진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제품화된 검사도 건수가 매월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신 대표는 "최근 밝은세상안과와 마이 아이 진(My Eye Gene)이라는 상품을 판매 중이고, 신경과와 정형외과 등 20개 진료과 의사들이 모여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치료하는 병원도 설립할 예정"이라며 "좀 더 과학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전자 검사 활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DGC가 더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예방 목적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측면이다. 그러면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이 현재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신 대표는 "질병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20~30% 밖에 되지 않지만 유전자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안 바뀌는 부분을 사전에 안다면 질병을 늦추거나 막기 위한 예방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위험이 평균보다 높다면 생활 속에서 복싱이나 럭비와 같은 운동은 피하거나 축구를 할 때 헤딩보다는 발을 사용하는 등 머리 충격을 줄이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당뇨병 위험이 높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을 빼는 등 생활 속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탄력성이나 황산화성 등 피부 상태에 따라 특정 기능을 더한 화장품을 쓴다거나 몸에 부족한 영양 성분을 확인해 종합비타민제가 아닌 맞춤형 영양제를 먹는 등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신 대표는 "앞으로 누구나 유전자 검사를 받고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유전자 정보를 거의 매일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올해 초 FDA가 치매를 비롯 10여 가지 질병 예측하는 것을 추가로 허가하면서 미국에서는 DTC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는 유전자 검사가 연구나 의료에 쓰여왔지만 미국에서도 이젠 유전자가 개인들이 생활 밀접하게 쓸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준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고객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액체생검부터 DTC까지 EDGC에서 하는 유전자 검사는 모두 다시 첫 번째 소개한 DNA 앱으로 연결된다. 검사 결과를 등록만 해두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유전자 맞춤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EDGC의 핵심 역량이고, 일루미나가 BI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라면서 "앞으로 30~50년은 인공지능과 로봇, 유전체가 서로 융합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DGC의 목표는 처음부터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이미 글로벌 의료 정도 관리 표준인 CAP과 미국 표준인 CLIA를 획득했고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지속해서 교류하며 기술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지금 단계에 머물 생각은 없으며 이미 새로운 단계까지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EDGC만의 BI 기술을 기반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박사는 "유전체를 분석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기본 과정으로, 미국에서는 서로 간의 성격을 비교하거나 유전적 위험을 알아보기 위해 결혼 파트너 매칭에도 관심이 크다"며 "향후에는 나를 기준으로 한,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산업으로 모든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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