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동 경남의사회 회장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나라를 고친다고 한다.
경남의사회 박양동 회장은 적어도 경남권의 대의 정도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의사회를 이끌어 온 노련미를 메르스 정국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후배 의사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난 10일 경남지역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자 이 환자를 입원 치료하던 창원SK병원 박웅 원장은 다음날 병원 전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질병관리본부가 환자가 머물던 5층과 6층, 7층만 코호트 격리하고, 외래진료와 응급실을 정상 운영해도 된다고 통보했지만 박웅 원장은 지역사회 확산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이런 자발적인 결단을 내렸다.
개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 병원이 도산을 무릅쓰고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하지만 창원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그냥 내버려두면 전염병을 퍼뜨린 오염원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경남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SK병원이 지역 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 창원SK병원 인근 상남시장상인회 등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합심해 지역 경제와 병원을 살리자고 설득했다.
이와 함께 외식업협회중앙회 창원지회, 창원상공회의소 등 지역 유력단체를 방문해 창원SK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을 격려하는 현수막을 게재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박양동 회장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개원한지 6개월밖에 안된 병원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폐쇄했다"면서 "우리 회원이 자칫 큰 일을 겪을 수 있는데 의사회가 나서서 살려야할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역 사회 여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 안상수 창원 시장은 "창원SK병원이 큰 모범을 보여줬다"면서 병원 폐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시민들도 폐쇄된 병원 앞에 과일상자, 각종 구호품을 두고 갔다.
한 시민은 선물 꾸러미에 '적자를 감수하고 병원 전체를 폐쇄한 원장님 파이팅'이라는 리본을 남겼다.
박양동 회장 역시 일면식도 없는 창원SK병원 박웅 원장과 매일 통화하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조만간 도청과 시청을 방문해 창원SK병원 경영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협의할 예정이다.
도의사회 이정근 부회장, 마상혁 메르스대책위원회 위원장 등도 박 회장과 역할을 분담해 가며 지역 여론을 주도했다.
경남의사회는 전문가단체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범 사례도 남겼다.
경남의사회 박양동 회장과 마상혁 위원장은 도내 30여개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자 도교육청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휴교가 메르스 공포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득, 그 다음날 1개 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철회시켰다.
경남의사회 박양동(오른쪽) 회장이 경남교육청과 함께 메르스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전국의 병원에 격리병상을 확보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경남의사회는 도청에 이런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메르스 전담병원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
경남도청은 의사회의 제안을 수용해 마산의료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갔다.
이같은 경남도청의 조치는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것보다 3일 빠른 결정이었다.
박양동 회장은 "메르스 확산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는데 정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이라면서 "의사회가 전문가로서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지역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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