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장보고기지 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연세의대 '먼곳의 환자를 지키는 의사들' 선택수업, 세종기지 의사 전은선 대원과 전화 연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달 초 연대의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가 의대 본과 2학년 학생으로 대상으로 개설한 선택과목 ‘먼 곳의 환자를 지키는 의사들, 특수지 의료’ 수업 시간. 이날 강의를 맡은 이어진 전 대원(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의무과장)이 지구 저쪽 끝에 월동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은선 대원과 짧게나마 전화로 연결됐다.
전은선 대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제32차 남극세종기지 월동연구대로 파견됐다. 그는 일반의로 가천대 길병원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6년부터 가천대 길병원이 극지연구소로부터 의뢰를 받아 남극에 파견될 의사를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원은 지난해 12월 도착해 1년간 생활 중 벌써 전체 생활의 4분의 3이 지나는 시점에 와버렸다. 남극은 12시간 시차가 있는 관계로 이른 새벽시간이었다. 실내온도는 보통 20도 정도이고 계절의 변화로 약간 추워지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동안 대원들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특별한 건강 이상 없이 순조롭게 진행 중
길병원이 발표한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진행된 진료과별 초진건수 결과, 피부과 진료가 전체 99건으로, 2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정형외과 진료가 93건(26%)으로 2위이며, 소화기 진료는 41건으로 11%를 차지했다. 이밖에 내과 37건이 10%, 호흡기 24건으로 7%, 신경과가 23건으로 6% 등이었다. 또한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일까지 이뤄진 진료내역 501건 중 근골격계질환은 226건으로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피부질환 85건, 트라우마 47건, 위장질환 35건 등의 순이었다.
전은선 대원은 “활동대원들의 건강은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한 대원이 감염성 질환이 의심돼 어려움이 있다. 이틀 정도 대증치료 외에는 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다른 감염 질환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의료 협진은 길병원 응급의학과를 통해 연결이 되고 있다. 전 대원은 “길병원 응급의학과 소속이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길병원과 화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라며 "실시간 메신저를 통해 많이 물어보고 있다. 현재 일반의기 때문에 해당 진료과 전문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전 대원은 “길병원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 문제로 한 번 화상통화를 하려면 다른 활동대원들이 인터넷을 못하도록 끊어야 한다”라며 “그러다 보니 화상으로 연결하는 원격협진 시스템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원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면서 시간이 나면 운동을 하고 간단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컴퓨터에 저장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도 한다.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지만 연구성과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가진 대원들도 더러 있다.
의대생들도 관심만 있다면 남극에 가볼 기회는 충분히 있다. 전 대원은 “모든 사람들이 남극에 오고 싶진 않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거나 특수한 곳에 가보고싶다고 하면 가능할 것이다”라며 “남극은 의료를 위한 지원이 잘돼있고 시설도 잘돼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 대원은 “의사로 살다보면서 어느 시점의 전환이 필요하고 도전해보고 싶다면 충분히 남극기지에 지원해볼수 있다. 남극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더라도 좋은 기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대원은 단 1명, 심도 있는 극지의학 연구 중요해져
이날 강의를 맡은 이어진 전 대원은 “세종기지에 머무는 인원은 비슷한데 대원들이 가져온 모바일기기 숫자가 5년 전에 3~5배로 늘었다고 한다"라며 "당시만 해도 화상 연결을 쾌적하게 했다. 현재는 워낙 사용하는 모바일기기가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화상연결에 제약이 있다”라고 말했다.
월동대원 중에서 의사는 보통 1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의사 대원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 대원은 “극지의학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를 생각해볼 시기다. 무엇보다 의사인 대원들의 걱정은 잘 치료받을 수 있을까에 있다"라며 "극지에서는 동물에 물리는 등 예기치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상병통계를 기본으로 극지에서의 특수 질환을 보다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원은 “극지에 파견된 의사는 내가 쓸 수 있는 자원이나 네트워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동료 또는 이전 대원들과 잘 지내면 좋다"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원격 연결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각국 기지에서 잘 활용할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원은 “극지는 실제로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해서 재난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에 외상이나 외과 위주였지만 근래에는 이보다는 내과 비율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원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는 칠레 병원으로 옮겨진다. 의료후송을 한다고 했을 때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날씨가 급변해서 비행기를 띄우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이런 시스템을 분석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원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이번 수업을 통해 100년 뒤를 보고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만약 극지에 지원해보고 싶다면 지구를 넘어 우주적 시공간 포지셔닝 준비와 계획 결심이 필요하다. 뜨거운 마음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극지의학회 학술대회가 오는 10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브란스병원 종합관 311호에서 열린다. 이날 학술대회 중간에도 남극과 화상 전화를 연결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전은선 세종32차 월동의사와 채병도 장보고 5,6차 월동의사가 화상전화를 통해 남극 현황과 이슈를 소개한다.
또한 일본 의사들과 함께 극지의료 연구지원 체계에 대해 역사, 시스템, 정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지난 5년간 극지의학회 활동을 통해 극지의료 분야의 성취와 과제를 보여주고 극지의학 연구의 다양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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