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사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헬스케어' 그 자체가 되는 시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금융·보험회사들 역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종합헬스케어 플랫폼'을 마련하고 예방부터 치료, 간병까지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KB헬스케어 김동진 CMO·MD(건강전략센터 원장)는 이화여자대 생명의료법연구소의 디지털 헬스 아카데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보험회사의 건강리스크 관리'를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 CMO는 교보, KB 등 대형 보험사에서 건강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지난 2010년부터 프리미엄 헬스케어 서비스, 치매케어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김 CMO는 "보험업은 보험과 자산운용, 건강증진 전문기업 등 3가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보험은 헬스케어와 본질적으로 가깝고 건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 보험금 지급과 직결돼 있어 건강증진이나 예방 관련 서비스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김 CMO는 "그간 법·제도로 인해 보험사들의 건강관리서비스 추진이 가로막혀 있었으나, 지난 2017년부터 금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됐고, 2019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해 허가하고 올해부터는 인증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보험사들이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요 보험사의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를 보면, 삼성화재는 건강관리와 건강검진 예약, 병원·약국찾기, 걷기·식이조절에 따른 리워드를 제공하는 '애니핏'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모바일 카메라 동작 인식·AI 분석·코칭 등을 하는 하우핏으로 고객별 건강관리와 건기식 추천, 비대면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AI카메라를 통한 식단 분석과 건강나이 체크, 보험금 청구·지급 기능이 있는 헬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활동리워드를 통한 보험료 할일을 해주고 있다.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 역시 활동 리워드를 제공하고 건강관리와 건강예측, 컬러테라피, 보험금 청구 등이 가능한 서비스 케어와 오케어를 각각 운영 중이다.
건강정보를 측정하고 수집·분석해 건강목표를 관리하고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은 고객의 편익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실제 휴레이포지티브가 삼성병원 의료진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디지털헬스가 치료제(의약품) 효과와 동일하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이는 보험사에도 이득이 된다. 김 CMO는 "인센티브, 보험료 할인 등으로 발생하는 지출 비용 보다 질병 예방에 따른 보상 비용 감소가 더 많기 때문에 높은 추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방과 건강관리는 치료와 달리 눈에 즉각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없으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다.
김 CMO는 "반드시 건강증진(웰니스) 활동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보험사들이 걸음 수를 충족하거나 식이관리, 예방접종 등을 하면 포인트를 주고 보험료 할인 등의 리워드를 제공하는 이유"라며 "현재 5% 내외의 보험료 할인을 해주고 있으나, 이보다 더 많은 할인율을 책정해야만 지속적인 실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건강증진 서비스에만 그치지 않고 통합 원격의료 플랫폼을 마련, 예방부터 치료,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한국의 '핑안굿닥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핑안굿닥터는 중국의 종합헬스케어 플랫폼으로, 검진부터 치료, 약배송, 보험청구,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고객이 건강이나 의료 관련 니즈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앱이며, 온라인으로 원격진료를 하고 오프라인 병원 예약, 환자 네트워크도 담당한다.
온라인 진료의 경우 일주일 내내 24시간 언제나 이용 가능하며, 의원부터 상급종병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진료과도 모두 상주해 있다.
서비스의 완벽성 뿐 아니라 검진과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처방 역시 과거 기록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수익모델은 온라인 건강몰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진료와 보험업 수익도 있다.
보험과 의료서비스(원격의료, 가정간호)를 함께 제공하는 미국 옵텀헬스케어도 대표적인 헬스케어 토탈 플랫폼이다. AI디지털 기술 분석과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높은 영억이익률이 나오고 있으며, 자회사 옵텀 인사이트, 온텀 헬스, 옵텀RX 중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을 하는 인사이트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 UHC보험의 랠리도 케어와 웰니스, 원격의료 등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이며, 참여기반의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B2B2C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KB손보 등 KB금융그룹 역시 헬스케어 영역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 CMO는 "헬스케어는 인류가 있는 한 계속 가는 산업이다. 보험업종은 저출산과 저성장시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디지털헬스케어 진출을 꾀할 수밖에 없다"면서 "KB뿐 아니라 금융사, 보험사와 IT회사들이 케어부터 큐어, 간병 등 포스트큐어까지 디지털헬스케어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비 부담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의료·의료 디지털화 가속, 건강한 삶 추구 확대, 정부 규제 완화 등으로 보험업계의 디지털헬스케어 진출은 더욱 날개를 달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 사업영역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헬스케어란 말이 사라지고 '헬스케어' 그 자체가 될 것이며, 가치 역시 의료기관·의료진에서 '기술(테크놀로지)'이 가장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CMO는 "KB손보 등 KB금융그룹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시켜 B2B2C모델로 확대하고, 행동의학 기반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향후 정부 규제가 더욱 완화돼 보험회사가 원격의료까지 가능해져서 핑안굿닥터 같은 헬스케어서비스 전 영역을 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국민들의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해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물론, 정부와 IT기업, 의료기관 등이 협력해서 추진한다면, 보다 저비용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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