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2.09 05:48최종 업데이트 15.12.09 09:11

제보

알려지지 않은 다나의원 뒷얘기

쿠싱증후군 의심…이뇨제, PPC 투여 가능성

다나의원의 '기이한 의료행위'가 세상에 알려진 데는 익명의 제보자 못지않게, 조언자의 역할도 컸습니다.
 
제보자에게 관련 사실의 심각성을 듣고 신고하도록 조언한 A의사는, 기자가 이전 기사에서 다뤘던 사실보다 더 많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 때문에 특정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렸고, 기자는 일부 내용을 생략한 채 기사를 게재해야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다나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다양한 목격자의 증언이 나온 지금, 앞선 기사에서 삭제됐던 내용 일부는 공개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다양한 목격자와 A의사의 증언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1. A의사는 기자와의 첫 통화 당시 다나의원에서 주입했던 '사이드약물'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스테로이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원장 부인과 수액을 자주 맞았던 환자들 상당수가 '쿠싱 증후군'에서 보이는 쿠싱양 얼굴(Cushingoid)을 공통으로 보인 것 같다고 밝혔지만, 관련 사실을 알게 된 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쿠싱 증후군(Cushing's Syndrome, Iatrogenic)은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내분비 질환입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단기간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약물입니다.
 
또, 연고나 로션에 들어간 스테로이드는 전신 작용이 없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주사제나 먹는 약과는 구분돼야 합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복용 때 나타나는 쿠싱양 얼굴(오른쪽으로 진행방향) <사진 출처 : www.researchgate.net>


2. 다나의원에서 자주 처방하던 사이드주사로 스테로이드 외에도 이뇨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 피해 환자가 모 언론에 밝혔듯 "너무 짧은 단기간에 살이 빠졌던 점"으로 미뤄, 이뇨제인 푸로세마이드(상품명:라식스)의 사용이 추정되는 것입니다.
 
이 약물은 신장의 기능을 활성화해 흉수(폐에 물이 차 있는 것)처럼 체액이 과다한 상태를 치료하는 이뇨제입니다.
 
 
3. 다나의원 원장이 비만 진료를 하면서, 일부 환자에게 복부 피하에 약물을 주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PPC의 사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PPC(Phosphatidyl Choline)는 소위 '브리트니 스피어스 주사'로 더 유명한 약물로, 원래는 '지방간에 의한 간성혼수' 치료제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다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발견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쓰였던 거죠.
 
하지만 염증 작용과 세포 괴사 등 부작용 논란이 잦자, 2008년 FDA는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증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www.lipo-lab.cn>


4. 원장 부인이 처음에 보였던 증상은 황달(Jaundice)과 심한 피곤함(Fatigue)이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위 증상 때문에 간염을 의심해 자신의 혈액을 검사했습니다.
 
 
5. 원장 부인은 본인이 C형 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자, 간호조무사에게 환자들의 혈액 채취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혈액채취를 당한 십수 명의 환자가 본인의 동의 없이 진행한 검사에 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그것 또한 흥미로운데요.
 
한 보도에 따르면, 의원 측이 환자에게 혈액 채취의 이유를 고지혈증 확인이라고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설령 그렇게 알렸더라도, 사전 고지 없이 진행한 혈액 채취를 그대로 허락한 환자들이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환자들이 모든 의료행위를 신뢰할 정도로 다나의원과 관계(rapport)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다나의원 방문자 중 많은 수가 재진(단골) 환자였다는 사실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6. 다나의원 원장 부인은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감염자 일부를 회유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피해자에게 감염 경로가 의원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도의적으로 치료해주겠노라고 달래기도 했습니다.
 
원장 부인은 "이건(C형 간염) 치료제가 있고, 감기 같은 거니까 걱정할 거 없다"라고 장담하기도 하고, "B형 간염이야 문제지만 C형 간염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피해자를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7. 다나 의원 원장의 개인력과 관련, 처음엔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이라고 알려졌습니다만, 결국 2012년 교통사고에 의한 뇌출혈로 밝혀졌습니다.
 
뇌경색은 뇌의 혈관에 피떡(atherothrombosis or embolism)이 생기면서 혈관을 막아 혈액공급이 차단돼 뇌기능의 장애가 온 질환이고,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 혈관 밖에 혈종(핏덩어리)이 만들어지면서 뇌에 압박을 가해 두개강 내압(Intracranial Pressure)이 상승하는 질환입니다.  
 
두 질환 모두 일정 시간 내에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뇌출혈 환자의 CT 사진 <사진 출처 : stroke.ahajournals.org>


8. 메디게이트 뉴스의 첫 보도 기사에서 다나의원 원장의 '기행' 원인으로 기자가 제기했던 '금치산자' 가능성도 그의 개인 병력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나의원을 다녔던 한 환자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부터 주사기 재활용을 봤다고 증언함에 따라, 뇌출혈 후 발생한 판단력 이상 가능성을 재활용의 원인에서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나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바 있는 한 목격자는 "원장이 진료 중에도 약간 조는 것처럼 정신이 순간순간 나가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의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약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그 사실을 숨기고 생계 때문에 진료를 계속하는 것이라면, 한편으론 씁쓸한 일이다"라고 전했습니다.
  

9. 다나의원 원장은 주사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에는 소홀했지만, 약물 주입 전 Regurgitation(역류)만큼은 비교적 꼼꼼하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직한' 꼼꼼함이 주사기 재활용과 만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10. 익명의 제보자가 관련 사실을 신고하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해당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에 바로 보고했다고 합니다.
 
그때 마침 서울에 출장으로 올라와 있던 한 역학조사관은 나중에 오송에서 합류한 다른 조사관과 함께 다나의원으로 출동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역학 조사관들은 다나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했던 환자들에게 다시 연락해 재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11. A의사가 조언을 듣기 위해 관련 사실을 의사커뮤니티에서 밝혔을 때, 상당수 의사는 "소설 쓰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A의사조차 제보자의 진술을 처음 들었을 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마지막까지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주사기 재활용은 의료인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합니다.



 

원장과 원장 부인이 다나의원 밖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그들 부부까지 C형 간염에 걸린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원장 부인이 감염 사실을 안 피해자를 회유하기 위해 했던 말처럼, 정말 그들은 C형 간염을 감기 정도로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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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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