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7 08:01최종 업데이트 24.05.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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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땜질식' 전공의 의료공백 대책 마련...의대 증원은 실패한 정책으로 남는다?

군의관·공보의 차출에 PA 합법화 추진한 복지부 "의료체계 부담 없어"라지만 ...전공의 미복귀에 '의료붕괴'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전공의 미복귀를 염두에 두고 의료대란 사태 장기화 준비에 들어갔다. 20일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을 기준으로 정부 대책이 점차 과감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복귀가 사실상 묘연해지고 의대생 유급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의료공백 사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공의 안 돌아온다…정부 전공의 없는 뉴노멀 준비

27일 정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5월 20일을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이때가 지나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지 3개월이 지나게 돼 규정상 수련시간 부족으로 당장 내년도 전문의 취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20일 이후부턴 원칙적으로 복귀가 5월이나 12월이나 비슷한 셈이다. 

정부는 그 이후에도 공식석상에서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법부 판결로) 의대 증원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와 의료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의료개혁 논의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20일 이후 복귀에 대해서도 일부 여지를 남겼다. 그는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개인별 차이는 있으나 근무지 이탈 후 3개월 내에 복귀해야 하며, 휴가·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관련 서류와 함께 수련병원에 소명해 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전공의 처우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골자로 한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27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 수련환경을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복귀시한 내에 돌아온 전공의가 31명에 그치자 정부도 '전공의 없는 병원', 즉 '뉴노멀'에 맞춘 대책들을 내놨다. 

특히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아도 의료체계를 유지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형태로 메시지도 변화했다. 박민수 차관은 22일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태로 영원히 간다면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한 사이클 정도 쉬어간다고 그 공백 때문에 의료체계에 크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군의관 등 파견 늘리고 전문의 중심 병원·PA합법화 작업 진행

정부가 눈에 띄게 마련한 대책은 의료인력 확충이다. 단기적으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신규 파견이 늘어난다. 현재 공보의 257명, 군의관 170명 등 총 427명이 배치돼 있는데 이를 23일부터 총 120명을 추가로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는 23일 회의를 개최한 이후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보상 개편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전공의를 대신할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제도 정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간호법 등을 통한 PA 합법화를 위한 법률 작업도 한창이다. 

의료인력 확충 이외 병원 경영난 지원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서 급여비 30%를 선지급하고 신규채용 인력 인건비 등으로 월 1882억원을 건보 재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대책 대부분 임시방편에 실효성 장담 어려워

정부 인력 파견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낼진 미지수다. 대책 대부분이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그 실효성 역시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은 "보여주기식으로 무모하게 공보의와 군의관을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 더 큰 위해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며 "계속해서 공보의를 차출하면 반대로 농어촌 지역 등 지역의료 공백은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PA제도화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21대 국회 내 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한간호협회가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PA시범사업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간협은 23일 국회 앞에서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시범사업을 전면 거부하는 '투쟁 선언문'을 채택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현실화도 재정적 지원 없이 현재 의료 제도에선 정착이 쉽지 않다는 게 의료 현장의 반응이다. <관련기사=전문의 중심병원 만들겠단 정부…투자·제도 개혁 없인 ‘공염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려면 결국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행정 관련 직원도 더 채용해야 한다. 지금의 값싼 수가 구조 하에서 병원이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대학병원 외래환자 중 1차 진료로도 충분한 60~70%만 줄이면 더 적은 수의 전문의만 늘려도 되겠지만 이 역시 전공의를 줄이면 도로 아미타불”이라고 비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료공백 상황의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전공의 미복귀시 대형병원들은 전공의가 새로 들어오는 내년 3월까지 입원과 수술을 줄인 상태로 비상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의대증원이 사실상 확정되면 전공의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의대교수들의 피로가 커지고 대형병원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황도 정부입장에선 부담이다.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하면 의사 배출이 막히게 돼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의대증원은 성공하더라도 의료체계 관점에선 실패한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아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고 의대생 집단 유급 역시 현실화하면 그 자체로 의료재앙"이라며 "정부는 전공의가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상황을 그렇지 않다. 당장 의대 교수들이 번아웃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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