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을 위반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정당하게 발급한 의사소견서 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김모 원장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6월까지 P병원에서, 이후부터는 P요양병원에서 각각 병원장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2월 김 원장이 운영한 두 개 병원이 모두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유로 김 원장이 의사소견서를 발급한 후 청구한 187만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판단해 환수했다.
187만원은 김 원장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3조에 따라 장기요양인정 신청에 필요한 의사소견서를 발급해 주고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비용이다.
그러자 김 원장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건보공단을 상대로 나홀로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취소소송을 청구했다.
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급여를 받은 자,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자가 한도액 범위를 초과해 장기요양급여를 받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을 받은 경우 해당 비용을 징수해야 한다.
또 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이 수급자로부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면 해당 장기요양기관으로부터 이를 징수해 수급자에게 지체 없이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쟁점은 김 원장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의사소견서 발급비용이 허위부당청구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서울행정법원은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건보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 환수 대상이 될 수 없는 의사소견서 발급비용을 환수한 것이어서 처분이 위법하다"면서 부당이득금 징수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비록 김 원장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의사소견서 발급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정당한 것이어서 환수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현재 김 원장은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그간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진료비 100억여원이 환수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187만원 환수에 맞서 행정소송을 한 것이다.
그는 5일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고 해서 법적인 근거도 없이 의사가 정당하게 발급한 의사소견서 비용까지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행정소송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00억원이 넘는 환수를 앞둔 상황에서 187만원을 돌려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건보공단의 무조건적인 처분에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지만 차분히 대응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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