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정부 돈을 지원해 30개 질환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발표한 한의진료지침을 보면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
한국한의학연구연(이하 한의연)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5종의 한의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해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단체가 발표한 지침을 살펴보면, 한의학지침인지 의학지침인지 구분이 안 돼 가이드라인의 배포 목적을 알 수가 없다.
진단까지는 의사가 해라?
한의연이 현재까지 발표한 한의임상진료지침은 ▲아토피피부염 ▲요추추간판탈출증 ▲특발성안면신경마비 ▲족관절염좌 ▲견비통의 5종이다.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이나 요추추간판탈출증(Herniation of Lumbar intervertebral disk), 그리고 특발성안면신경마비(Idiopathic Facial Nerve Palsy)의 영문 유래 진단명에서 알 수 있듯, 질환의 접근 자체가 한의한보단 의학에서 시작한 게 많다.
한의연은 의사들에게 낯선 '견비통(어깨와 팔의 통증)'을 설명할 때도, 오십견(Frozen Sholuder) 대신 유착성 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이라는 의학 용어를 사용한다.
질환 설명도 마찬가지다.
5종의 지침서엔 한의학보단 의학적 사실이 더 많다.
이 단체가 발표한 아토피피부염 진료지침서의 병인을 보면, 한의학보다 의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데 훨씬 많은 지면을 할당한다.
요추추간판탈출증에 대한 설명을 보면 더 놀랍다.
진료지침에 포함한 질환의 '정의 및 증상', '병인 및 병리', '분류'에 관한 설명은 의학적인 내용만 그대로 옮겨놨다.
이 단체는 추간판탈출증의 병리를 콘드로이틴 황산(chondroitin sulfate), 포스포리파아제 A2(phospholipase A2), 중성 프로테이나제(neutral proteinase), 프로스타그라딘(prostaglandin), 사이토카인(cytokine)등의 단어를 곁들여 안내한다.
질환의 진단 역시, 하지 직거상 검사(Straight Leg Raising Test)나 건측 하지 직거상 검사(Well Straight Leg Raise Test), Flip test 등의 신체검사뿐만 아니라 X-ray나 CT, MRI 같은 영상 검사와 근전도, 신경전도검사를 제시한다
특발성안면신경마비 또한 House-Brackmann scale, Yanagihara grading system을 진단 방법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AIDS나 종양 혹은 급성중이염(AOM)과 감별하라고 조언한다.
한의학의 딜레마 : 표준화?
한의연은 친절하게도 진료지침마다 한계점을 명확히 밝힌다.
이 단체는 아토피 피부염에 관한 한의진료지침의 한계점으로 "한의학에선 환자 특성이나 체질, 증상의 양상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일반화돼,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개발함에 있어 한의학 임상 실제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고백한다.
한의연은 이어 "본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임상에서 적용되는 치료 처방의 표준화된 내용을 구성하지 못했다"면서 "아토피 피부염에 활용되는 여러 치료 방법의 우선순위, 특정 방법의 선택 및 치료 경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제한점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 정도면 '셀프디스' 수준으로, "진료지침은 냈지만, 표준화는 없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단체는 또한 '견비통'의 진료지침에서도 ▲객관적 근거 문헌 부족 ▲낮은 근거의 질 ▲개별 치료법에 대한 권고안 도출의 어려움 ▲환자의 개체 특이성이나 체질 및 증상별 맞춤 치료의 어려움 등을 한계점으로 '셀프' 지적한다.
한계점만 보면, 도대체 지침을 따르라는 건지 따르지 말라는 건지, 만든 의도가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5종의 파일럿 테스트 후에도, 권당 5억이 들어간 진료지침 30개가 출격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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