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과 가톨릭의대, 한림대의대 연구팀이 소화성궤양의 성별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소화성궤양의 성별 차이를 다룬 연구 68편을 종합해 고령층에서 남녀 격차가 줄고 폐경 후 여성에서는 중증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소화성궤양은 위나 십이지장 점막이 깊게 헐어 상처가 생긴 질환이다. 심하면 출혈이나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2배 많았지만, 최근에는 남녀 환자 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좁혀졌다. 일부 국내 자료에서는 80세 이상 여성의 출혈성 소화성궤양 발생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망률도 여성이 더 높았다. 전국 단위 자료에 따르면 출혈성 소화성궤양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여성 3.20%, 남성 1.83%였다. 천공성 소화성궤양에서는 여성 10.03%, 남성 2.03%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고령 여성에서 에스트로겐 호르몬 감소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에스트로겐은 위와 십이지장 점막의 방어 기능을 돕는다. 여성은 폐경기를 지나 고령으로 갈수록 분비가 줄어 보호 효과가 사라지고 소화성궤양 위험이 증가한다. 수술로 조기에 폐경을 겪은 여성은 동일 연령의 폐경 전 여성보다 소화성궤양 위험이 약 38%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폐경 후 관절질환 등으로 소염진통제 사용이 늘어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에서 소염진통제 사용자 75%가 여성이다. 여성의 소화성궤양 증가는 폐경기 호르몬 변화에 더해 고령, 동반 질환, 약물 노출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양성자펌프억제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등 다양한 진단·치료 영역에서도 성차가 발견됐다.
하지만 주요 국제 진료지침 13개를 비교한 결과,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폐경·호르몬 상태를 공식적인 위험평가에 포함한 지침은 없었다. 고령, 과거 궤양, 소염진통제와 항혈전제 사용 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할 뿐, 폐경 후 여성에서 위험과 치료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김병욱 회장과 방창석 진료지침개발위원장은 “약제성 소화성궤양 진료지침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바, 성별과 폐경 여부 등 호르몬 상태를 중요한 변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는 “특히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고령 여성이 높은 중증 진행 및 사망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70세 이상 여성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 사용 등 위장 보호 전략을 제시하고 성별에 따른 약물 반응 차이를 함께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성차기반 소화기계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