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른바 '장기 백수'가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자영업계나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아 폐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인원감축이나 해고, 취업난, 폐업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툭하면 짜증을 내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란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아내와 다투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경우가 늘었다. 왠지 초라한 내 모습에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는커녕 받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 사는 의미를 잘 모르겠고 어디 산 속에라도 들어가 세상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명예퇴직 대상이 된 윤씨(42)의 하소연이다. 급기야 윤씨는 며칠 전부터 잠도 잘 오지 않고 자더라도 선잠을 자서 제대로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새벽부터 잠은 깨지만 하루를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아침부터 기운도 없고 피곤하기만 하다는 그는 "입맛도 떨어져 최근 한 달 사이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며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처럼 열이 있고 한기가 자주 드는데다 뒷목이 뻐근하고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신체 이상 증세는 자신이 실업을 직접 겪었을 때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대상이 될까 봐 지나치게 걱정하는 데서 생기기도 하고 주변사람의 실직 소식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전반적으로 경직된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유발되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해고나 파면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는 중병에 걸리거나 중상을 입은 것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사람에 따라서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만으로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장애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고, 실직 등의 스트레스로 인한 직업성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불안 ▲초조 ▲신체적 불편감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짜증과 신경질 등 우울감과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신체이상 증세를 동반할 수 있다.
때문에 가까운 가족들조차 우울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우울증을 겪고 있는 본인조차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신체적인 이상증상에 집착하거나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직업성 우울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일반 우울증 치료방법과 비슷하다. 우울감을 유발하는 머릿속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약물로 바로잡아 주고 스트레스 강도를 줄이는 것이다.
문제는 윤씨와 같이 직장 혹은 생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환자 스스로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사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가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가족의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스트레스 강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유제춘 교수는 "이들에겐 무엇보다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직업적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우울증은 환자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므로 충분한 기간 동안 전문의의 조언을 따라 치료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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